<동양 법정관리> 채권단 승인해도 험난한 앞길, “최악엔 그룹 해체까지”

2013-09-30 10:33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30일 계열사 3개사에 대해 전격적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은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향후 정상화 과정은 험난할 전망이다.

동양그룹은 첫 고비였던 이날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날 등 3개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를 실시한 데 이어 동양네트워스도 추가 신청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에 대해서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럴 경우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모두 채권단 관리하에 들어가 사실상 그룹의 독자적인 회생 작업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서라도 자체적으로 그룹을 살려내겠다던 동양그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그룹을 살리고자하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선택한 최후의 방안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현 회장의 바람대로 기업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만기하는 11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비롯해 다음달에만 5000억원에 육박하는 CP만기가 추가 기다리고 있으며, 연말까지 총 1조1000억원 가량을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연내 만기가 도래하지 않더라도 최대 155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풋옵션(조기상환청구)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채권단의 관리하에 들어간다고 해도 동양그룹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한 채 이들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앞서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로 대외 신뢰도를 상실한 동양그룹은 지난주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이 틀어지면서 나락의 길로 떨어졌다. 현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들이 채권단을 찾아다니며 자금 확보를 시도했으나 모든 금융기관에서 추가 여신 제공을 거부당하는 등 사면초가에 물린 상태다.

이날로 예정됐던 동양매직 매각대금(1200억원) 유입도 쉽지 않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KTB 프라이빗웨쿼티(PE) 컨소시엄은 동양매직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전 승인받았으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펀드 설립 등록신청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 절차가 이날 완료되면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계열사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KTB PE에 참여한 투자자(LP)들이 투자대금 유입 중단 또는 기 투자한 대금 회수를 진행할 것으로 보여 매각 작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각 작업이 진행중이던 또 다른 계열사 동양파워의 인수전도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알려져 더 이상 자체 노력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의 실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계열사의 매각 작업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현 회장이 어떻게 해서라도 살리려는 의지를 보였던 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의 운명도 밝지 않다.

산업은행은 이날 동양시멘트에 대해 채권단 공동관리가 가능할지에 대한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동양의 세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이전에는 “동양에 대한 지원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3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동양시멘트 등 다른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선제적 방안 마련 차원에서 이러한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 회장 → 동양레저 → ㈜동양 →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와 ‘현 회장→동양레저→동양증권’의 순으로 이뤄졌다.

다른 채권단의 동의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공동관리가 결정될 경우 동양시멘트와 얽힌 복잡한 계열사간 지분 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은 필연적이라 계열사 분리 및 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일선에서의 퇴임 등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동양그룹의 해체까지 점쳐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