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으로 내 '관상' 바꿀 수 있을까?

2013-09-30 16:17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의학의 발달로 성형수술이 안전해지고 비교적 정확한 결과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자신의 단점을 수술로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추석연휴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성형 관광을 하러 한국을 찾았다.

중국의 여성 관광객들은 솜씨 좋기로 소문난 우리나라의 성형외과 방문이 필수 코스가 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이 중국을 떠날 때와 얼굴이 너무 달라져서 중국의 공항 관리들이 입국을 거부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성형으로 나의 외모뿐 아니라 정해진 운명까지 바꿀 수 있을까.

과거에는 타고난 관상을 바꾸기 어렵다고 여겼지만 최근에는 성형 의학의 발달로 본인의 얼굴을 충분히 바꿀 수 있기에 관상을 바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사업을 하는 중·장년층이 관상을 본 후 재복을 좋게 만들기 위해 상담을 한다"며 "이들의 경우 관자놀이, 이마의 정중앙과 눈썹 뼈 윗부분의 꺼진 부분을 개선하거나, 콧구멍이 들려 있는 '들창코'를 개선하는 시술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관상'은 기폭제가 됐다. 영화 속에서는 관상으로 해당 인물이 관직에 오를 만한 사람인지, 어떤 성품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진다.

이 영화는 개봉 보름 만에 누적관객 수 750만명을 넘어서면서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 관상학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관상은 이목구비나 얼굴형과 신체적 특징 등 생김새를 따져 그 사람의 운명이나 길흉화복을 판단하는 것으로 동양에서는 관상, 서양에서는 인상학이라는 말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무렵 전파되어 조선시대에 활발히 유행했는데, 영화에서처럼 관직에 대한 운을 점치는 것에도 많이 이용됐다.

과학계는 다른 종류의 역학들과 마찬가지로 관상도 과거로부터 축적된 통계에 근거한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주장한다.

특정한 한 부위만 보고 판단할 수 없고 그 사람의 몸가짐 등 행동 전반을 살펴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관상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돈 버는 사람들의 얼굴은 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이 세계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얼굴을 분석한 결과, 미간의 중간에서 턱 끝의 깊이까지의 얼굴 높이를 1로 했을 때 얼굴 광대 좌우 폭의 넓이 비율이 일반인보다 30%가량 넓은 1.96으로 나왔다.

성격과 얼굴 크기도 관계있는 것으로 연구됐다. 의사 결정을 단호하게 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얼굴의 넓이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단순하고 단호한 성격을 결정짓는 유전자와 얼굴을 넓게 하는 유전자가 같은 곳에 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심리적인 부분이나 자신감 상승 등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현택 바노바기성형외과 원장은 "관상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떤 일을 하든 자신감 상승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본인에게 콤플렉스가 되는 부위가 있다면 이를 성형으로 보완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관상에 대한 내용만 의지해 특정한 시술을 고집하기보다는 얼굴의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