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출범, 새로운 도약의 시발점

2013-10-02 16:56

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 현판식에서 덮게를 걷어보이고 있는 한정 상하이시 서기.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려는 중국이 새로운 깃발을 들어올렸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외국기업에 대한 빗장을 대폭 걷어내는 실험을 한 것이다. 성공한다면 중국의 경제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고, 선진국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중국의 새로운 개혁개방 시험대가 될 상하이(上海) 자유무역시험구가 29일 오전 상하이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구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의 출범은 중국의 개혁개방 역사에서 멀게는 1979년 개혁개방 초기 선전(深圳) 경제특구 설립과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3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판식에는 한정(韓正) 상하이시 서기 겸 정치국위원을 비롯해 양슝(楊雄) 상하이시 시장, 가오후청(高虎城) 국무원 상무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시험구는 36개의 기업에 설립을 허가했다. 이 중 외자합작기업과 순수외자기업은 11곳이었다.

상하이시는 2011년 11월 자유무역지대 설립 구상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준비를 해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 3월 상하이를 방문해 자유무역지대 설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국무원이 지난 8월 설립을 승인했다. 국가 차원의 다양한 제도 혁신이 시도돼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상하이 와이가오차오 보세구, 와이가오차오 보세물류원구(物流園區), 양산(洋山) 보세항구, 푸둥공항 종합보세구 등 4개 지역 28.78㎢로 이뤄졌다. 상하이시 전체 면적 636㎢의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4개 지역에서 지난해 이뤄진 무역 총액은 전년 대비 14.5% 증가한 1130억 달러였다.

자유무역구 안에서는 기업들의 제한적인 위안화 자유 태환과 은행들의 금리 자유화, 금융거래 중개에 조세나 외환의 특혜를 주는 오프쇼어(off-shore) 금융이 시행된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 실행 이전 단계부터 내국민 대우를 해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자유무역구 안에서의 외자은행이나 중외(中外) 합작은행 설립도 지원한다. 금융업을 비롯한 항운, 상업과 무역, 전문 서비스, 문화·사회 서비스 등 6대 서비스 분야의 개방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현행 25%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운영방안에서는 빠졌다. 이들 혁신과제들은 앞으로 2~3년 동안 상하이 자유무역구에서 시험된다.

◆벌써부터 뜨거운 입주열기

이미 시티그룹과 HSBC,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홍콩 동아은행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이곳에 둥지를 틀기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글로벌 무역업체들이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입주를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는 현재 실험의 단계에 있다. 홍콩처럼 완벽에 가까운 자유무역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몇 년간의 실험을 거쳐 홍콩 같은 전 품목 무관세의 자유무역지대로 나아가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방침이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기까지는 최소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단계부터 만족할 수는 없지만 열린 빗장으로 몰려오는 시대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한 번 열린 문호는 더욱 열릴 수밖에 없으며, 개방은 돌이킬 수 없다. 때문에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는 중국이 더욱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국무원은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와 관련해 6대 서비스분야 개방계획을 27일 제시했다. 이 중 두 축은 물류와 금융이다.

◆물류와 금융시장 대폭개방

우선 물류 자유화의 핵심은 첫째 세관 통제가 없는 상품의 자유로운 수출입, 즉 수입상품에 대한 면세다. 초기에는 관세 면제품목에 엄격한 제한이 가해질 것이라고 한다. 제품원가에 부과되는 3~5% 수준의 관세가 면제되면, 전체 가격경쟁력이 1% 이상 생기게 된다. 기업으로서는 큰 메리트다. 상하이를 통해 중국에 수출을 하는 기업들로서는 그만큼의 원가가 감소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상하이를 통해 중국에 수출하려고 할 것이다.

통관절차도 대폭 간소화된다. 기업 등록절차도 마찬가지다. 상하이는 물론 인근 안후이(安徽)성이나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으로 제품을 수출할 기업들의 물량은 전적으로 상하이로 몰리게 된다. 상하이 푸동(浦東)공항과 양산(洋山)항에 물동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중국은 이 물량을 바탕으로 세계 정상급의 거대 물류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이 같은 물류기업이 있으면 중국 전체의 경쟁력이 올라가게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5년 안에 150개 이상의 다국적기업이 추가로 이곳에 들어오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 자유화의 핵심은 첫째 위안화의 자유태환, 둘째 해외 금융기관의 진입장벽 완화, 셋째 위안화 역외시장의 설립 등이다. 특히 위안화의 자유태환, 즉 위안화를 달러 등 외국통화와 언제든 바꿀 수 있고 또 결제수단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장에서 형성된 위안화 가격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만큼은 위안화 가격 결정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현재 위안화 가치를 하루 변동폭 1% 내에서 사실상 인민은행이 결정하고 있다. 환율 변동에 정통해 있고 거대한 판돈을 보유한 금융기관들이 위안화를 매개로 대규모 트레이딩에 나서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자연스레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로 돈이 몰리게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위안화 역외시장의 설립 역시 첫걸음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서서히 점진적인 개방을 하겠지만, 상하이 자유무역지대가 지향하는 바는 위안화의 자유태환이다. 글로벌 은행들이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한 셈이다. 이들과의 경쟁을 통해 중국 내 금융기관들 역시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다.

◆순항 여부는 아직 미지수

물류 자유화와 금융 자유화는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중국 역시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를 놓고 갈등을 거듭해 왔다. 물류 자유화는 외국산 제품들의 수입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며, 중국 자국산업의 비교경쟁력을 낮추게 된다. 독점구조를 형성해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편하게 돈벌이를 하던 중국 로컬 기업들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금융 자유화는 리스크가 더욱 크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에게 자유무역지대는 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이들을 방어하기에는 중국의 금융환경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중국의 금융기관들은 덩치는 크지만 금융기법들이나 노하우면에서 아직 수준에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밖에 기타 서비스업계에 대한 개방 역시 중국 로컬기업 입장에서는 버거울 수 있다. 때문에 시범구가 순항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계 각국의 자유무역특구가 선진적인 금융인프라를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와 가공무역을 위한 우대조치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자본 자유화를 비롯한 금융혁신이라는 난제를 과제로 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큰 방향을 설정하긴 했지만 내부 이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세부 규정 마련이나 시행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지방도시들 각축전에 기대만발

중국 내에서는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환영하는 분위기로 가득하다.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희망하는 지방도시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이제 개방 가속은 중국의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선 중국 남부의 광둥(廣東)성 당국이 인근 홍콩과 마카오를 포괄하는 대규모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는 지난달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양(貴陽)에서 열린 '제9회 범(泛)주장삼각주 지역 협력발전 논단'에서 이 같은 구상을 제시해 중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 초기 구상에는 선전(深圳)의 첸하이(前海)와 주하이(珠海)의 헝친다오(橫琴島), 광저우(廣州)의 난사(南沙)신구 등 광둥성 내 기존의 3개 특별개발지구를 자유무역지대와 함께 묶는 방안이 제시됐다.

광둥성 자유무역지대에는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서보다 더욱 혁신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이며, 중앙정부가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되는 일부 규정을 광둥성에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승인 이후 톈진(天津)과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등 중국의 여러 도시들도 다음 자유무역지대 유치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지만,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후춘화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할 때 이번 제안에는 더욱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