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사랑해서 남주나' 막장 조미료 없는 가족드라마

2013-09-29 11:11

사랑해서 남주나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가족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가 첫 회부터 막장 요소 없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미 '막장'이라는 조미료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언제까지, 어떻게 이끌어낼지는 숙제다.

28일 첫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극본 최현경·연출 김남원 최병길)는 인생의 황혼기에서 새로운 로맨스를 꿈꾸는 이들과 좌충우돌 부딪히며 성장해 나가는 청춘들의 사랑, 가족 이야기를 담는다. 이날 방송분에서는 정재민(이상엽) 가족을 중심으로 그의 아버지 정현수(박근형), 누나 정유진(유호정), 여자친구 송미주(홍수현)의 이야기가 차례로 소개했다. 자극적인 인물이나 비현실적인 요소 없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년 배우들의 사랑 이야기다. 아내를 잃고 쓸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현수는 앞으로 재민의 연인인 송미주의 어머니 홍순애(차화연)와 황혼 로맨스를 펼칠 예정이다. 감정표현에 서툰 현수는 마음이 있는 순애의 반찬가게에 들리지만 정작 그녀 앞에서는 무뚝뚝한 모습을 보인다. 생활력 강한 순애의 억척스러운 모습에 "무슨 여자가 저렇게 부끄러움을 모르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이런 데를 계속 오는 내가 바보다. 여길 또 왜 왔지?"라며 두 사람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했다.

재민과 미주의 현실감 있는 연애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곧 사귄 지 1000일이 되는 연인이지만 재민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해 심부름센터와 대리운전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미주는 은행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결혼에 앞서 처녀파티를 하던 미주의 친구들은 "남편이 40평 아파트를 해온다", "부자 남자를 만나거나 내가 부자여야 되는 세상", "비정규직이면 결혼하기도 힘들다"며 미주의 속을 긁는다. 취업준비생인 재민은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며 미주의 마음을 애태운다.

극중 악역이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주인공과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악역 대신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이 극을 이끌어간다. 재민의 작은 누나 정유라(한고은)가 까칠한 역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사연이 있음을 짐작케 해 오히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막장 요소 없는 가족드라마를 만들어 안방극장의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기획의도대로 '사랑해서 남주나'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혼외자식이나 아버지의 바람으로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그 과정 자체를 자극적으로 그려내기보다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 후 등장인물들이 겪는 감정과 사연을 소소한 일상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전작 '금나와라 뚝딱'을 포함해 이미 막장 요소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을 어떻게 끝까지 잡아낼지는 걱정이 앞선다. 막장 드라마가 넘쳐나는 틈바구니에서 가족드라마는 밋밋하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1회밖에 방송이 되지 않았지만 출발은 좋다. 이날 방송된 '사랑해서 남주나'는 10.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금나와라 뚝딱'의 첫 회 시청률(7.1%)보다도 높으며 이날 함께 첫 방송된 경쟁작 SBS '열애'(6.2%)도 제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열애'가 자극적인 전개를 앞세우고 있어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그려낼 '사랑해서 남주나'가 어떻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