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키코 계약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사실상 은행 손 들어줘

2013-09-26 16:22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대법원이 지난 2008년 외환위기 당시 중소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일으킨 환헤지옵션상품 키코(KIKO)에 대해 정상 상품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은행측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일부 사건에서는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은행측에 일부 배상 책임을 물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이인복·박병대·양창수 대법관)는 26일 수산중공업·세신정밀·모나미·삼코가 "키코 상품 계약에 따른 피해액을 배상하라"며 우리·한국씨티·신한·한국스탠다드차타드·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4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또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거나 일부 파기환송했다.

키코는 '녹인 녹아웃'(Konck in-Knock out)의 약자로 기업과 은행이 미리 정한 범위 내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기업이 환차익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 손해를 떠안도록 설계돼 있는 파생금융 상품이다.

대법원은 "환헤지는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현재 시점과 장래의 환율을 고정함으로써 외환거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키코 계약 체결로 환율이 상승했을 경우 손실이 발생하지만 보유 외환에서는 이득이 발생하므로 손실만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키코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반적인 거래에서 용역의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판매이익금을 알려줄 의무가 없고, 은행이 거래 시 일정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은 시장경제 속성상 당연하다"면서 "은행이 수수료 및 마이너스 시장가치를 고지할 의무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은 환헤지 목적 기업과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할 때 그 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업 경영상황에 과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통화옵션 계약을 적극 권유해 체결하는 것은 적법성 의무를 위반해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