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금, 유럽 주식시장에 '쏠림'… 하반기 강한랠리 전망

2013-09-09 17:57
미국 투자자, 유럽 자산 36년래 최대 규모 사들여<br/>지난 2주간 유럽 회사채 발행규모도 290억 달러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유럽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투자자들이 유럽 주식시장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1977년 이후 최대 유럽 자산을 사들였다. 유럽 기업의 회사채 발행도 급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연기금을 비롯해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올해 상반기에 유럽 주식시장에 650억 달러 가량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투자 규모는 36년래 최대치다. 유럽에서 경기회복 신호가 감지되면서 유럽 내 미국 투자자들의 신뢰 역시 복구됐다.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 강한 수익을 기대해 강한 랠리를 보일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자산관리의 에디 퍼킨스 수석 투자 자문관은 “경제 흐름은 유럽에 강한 베팅을 만들고 있다”며 “유럽 경제가 개선되면서 유럽 증시도 강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의 로버트 파크 증시전략가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증시의 순풍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유럽증시가 여전히 15% 가량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증시는 지난해 7월 이후 큰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를 구하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유럽 증시는 지난해 6월 4일 이후 27%나 올랐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여전히 큰 리스크에 직면해 왔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흥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유로존 위기 재발 우려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경기 회복에 신뢰를 보내는 반면 은행 개혁 등 일부 난제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리스크에도 유럽 주식시장은 미국의 대규모 자금이 흘러들어오면서 낙관적이라고 FT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와 HSBC는 유럽 자산 가운데 통신 텔리콤 유틸리티 부문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유럽 채권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유럽의 회사채 발행이 약 290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기 앞서 저렴한 대출비용을 찾은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네슬레는 지난주 6개월물 5억 유로 채권과 8년물 5억 유로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그 전주에는 스타오일이 19억1000만 유로 상당의 채권을 발행했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투자자들이 여전히 신흥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시장에서 이뤄지는 자금이탈은 일시적이며 역내 주식과 채권 및 통화가치 하락은 과하게 우려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기관이 마크 모비우스가 운용하는 템플턴 디벨로프먼트 마켓 트러스트, 핌코, 골드만삭스로 이들 기관은 총 1880억 달러의 신흥국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