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굴욕, ‘독일차 꼴찌’로 추락하나

2013-09-09 10:50
폭스바겐에게 2위 자리 뺏겨…현지화 노력 부족 지적

최근 벤츠는 A클래스를 국내에 출시했지만, 판매량은 신통치 않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 시장에서 끝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벤츠는 2000년대 중반 이후 BMW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현재 독일차 4개사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연속으로 폭스바겐에게 국내 판매 2위 자리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벤츠는 7월 폭스바겐과 100여대 차이로 3위에 머물렀으며, 8월에는 500대 이상 격차가 벌어지면서 힘을 잃은 모습이다.

벤츠는 국내 소비자의 독일차 선호도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지난 8월 전월 대비 24.9% 감소한 192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4위 아우디(1857대)에게도 불과 72대 차이로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특히 벤츠는 7월 베스트셀링 모델 상위 5위 중 2개 모델의 이름을 올렸지만, 8월에는 단 1개의 모델도 포함하지 못했다.

브리타 제에거 벤츠코리아 대표는 지난 3월 서울모터쇼 현장에서 “국내에서 2위 자리를 수성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재 성장률을 놓고 보면 올해 국내에 판매 중인 독일차 브랜드(BMW·폭스바겐·벤츠·아우디) 가운데 올해 판매 꼴찌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벤츠의 판매 저조의 원인으로는 유행을 따르지 못하는 듯한 디자인과 디젤 모델 부족 등 시장의 흐름에 뒤처지는 상품성 하락이 1순위로 지적된다. 독일차 브랜드가 연비 좋은 디젤 세단과 SUV 등 다양한 신차를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하고 있지만, 벤츠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고자세 마케팅으로 최근 수입차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20~30대 젊은 고객 확보에 실패했다는 업계의 평가다. 벤츠는 뒤늦게 B클래스와 A클래스 등 소형차 제품 라인업을 보강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으나 판매량은 신통치 않다.

벤츠라는 브랜드 파워만 믿고 한국 시장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한 벤츠 전시장의 모습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벤츠라는 브랜드 파워만 믿고 애프터서비스(AS), 사회공헌 면에서도 한국 시장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1800cc~2500cc급 수입차의 엔진오일 교환비용을 비교 분석한 결과 벤츠 E200 모델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E200은 5.5리터의 엔진오일과 오일필터, 에어크리어, 공임과 부가세를 포함해 1회 교체시 26만2350원이 소요됐다.

이는 비슷한 배기량의 포드 토러스(11만550원), 혼다 어코드 2.4(11만210원), 렉서스 CT200h(13만3760원), BMW 320d(13만6180원)의 2배에 달하는 비용이다. 시간당 공임 역시 평균 6만8000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누적 판매차량 1대당 서비스센터 숫자도 가장 적다. 지난해 기준 벤츠 공식 서비스센터 1곳이 담당해야 하는 차량은 무려 3672대에 달했다.

벤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특히 사회재단법인 미래재단을 설립하며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BMW코리아와 달리 기부에 인색한 모습이다. 2012년 기준 BMW의 기부금은 19억4659만원, 벤츠는 4억5700만원이다. CSR 전담인력 역시 BMW가 4명, 벤츠가 1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