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싶은 재계, 법안에 잡히고, 파업에 울고
2013-09-03 16:32
채찍 들고 매질하면서 고용·투자 잘하라고 윽박<br/>근로자 권한 강해져 사업 변화 대응 어려워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달 연이은 노조 파업의 여파로 현대·기아자동차의 8월 내수 판매 실적은 전월 대비 각각 19.6%, 6.0% 감소했고, 국내 생산 수출량도 각각 9.0%, 1.4% 줄었다.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은 규모는 현대차 3만5000여대, 기아차 1만2000여대로 회사가 떠안아야 하는 피해액은 4000억원에 육박했다.
현대·기아차 사태는 국내에 생산기반을 둔 기업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지난해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 전 세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방안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계열사 매각, 기존 사업 중단 또는 포기, 신규 투자에 대한 재검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는데, 현대·기아차는 파업이라는 내부 충격까지 감당해야 하는 신세다.
여기에 정치권과 정부는 경제 민주화를 외치며 기업의 목을 죄는 각종 법안들을 쏟아내면서, 한편으로는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달라고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30대 그룹은 연초 총 154조7000억원의 투자와 14만700명의 고용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의 영향으로 인해 상반기 투자 실적은 계획 대비 42%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압박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기가 살아나질 않고 있기 때문에 투자도 쉽게 진행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많다보니 일할 자리도 없는 상태에서 고용 또한 쉽게 늘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에서도 기업들은 불황 후 기회를 잡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같은 재원을 마련했다. 그만큼 집행도 신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에 대해 돈만 쌓아두기만 할 뿐 제대로 풀지를 않아 경제가 어렵다는 비난까지 하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경제의 더딘 회복의 원인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데 이들의 의견에 국민들이 동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다”며 “정말로 우리기업들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우선하는 각종 정책들이 우후죽순 시행되면서 기업 활동의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모두 통과되면 회사의 근로자 통제력이 줄어들어 제조업의 경우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 시스템을 변화시키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현대차처럼 노조의 권한이 강해진다면 더욱 그렇다”며 “이러다 보니 굳이 국내 투자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해외 국가들이 널렸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