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미친 전셋값'에 보증금 대출도 안받는 집주인들
2013-08-26 15:14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대학 후배 김모(25)군은 지난 2월 말 LH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입주대상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정작 이사는 이달 중순이 다돼서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미친 전셋값'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지만 그정도로 전셋집이 없었을까 궁금했다. 알고보니 전세 물량 자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집주인들이 김군을 세입자로 들이기 꺼려한 탓이 컸다. 어렵사리 가격에 맞는 집을 찾아도 집주인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번거롭다"며 번번이 퇴짜를 놓은 것이다.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집주인들이 '갑중의 갑'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교적 시세가 공개돼 있고 은행권에서도 담보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는 아파트와 달리 원룸·투룸형 주택들은 집주인에 따라 전셋값도 제각각이고, 심지어 대놓고 세입자의 조건까지 따진다.
이처럼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보증금을 낼 수 있는 세입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굳이 대학생 전세대출을 받은 학생들을 세입자로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가 지난해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를 개소해 세입자들에게 임대차상담과 법률상담, 분쟁조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대학생들에겐 쉽게 와닿지 않는다. 김군은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가 있는지도 몰랐지만, 알았다고 해도 집주인과 계약해 최소 2년을 살아야 하는데 눈치가 보이고 껄끄러워서 이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임대차시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대한 다각적인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는 28일 발표되는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서는 단순히 임대주택 공급을 앞당기거나 확대만 할 것이 아니라 임대차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포함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