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식·채권 투자 줄손실 '민망'

2013-08-20 16:15
"당분간 손실 규모 줄이기 쉽지 않아"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증시 침체와 거래대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주식과 채권 투자로 구성된 단기매매 금융상품 부문에서 큰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의 투자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는 증권사가 정작 본인의 안방에서 투자에 실패한 셈이 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4~6월) 영업이익 448억원, 순이익 50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81%, 169% 늘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실적이 크게 성장했지만 단기매매 금융자산 부문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단기매매 금융자산 처분 및 평가 손실 규모는 211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7억원보다 10배 가까이 손실 규모가 커졌다.

단기매매 금융자산이란 단기간 내에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거래하는 유가증권으로 주식이나 국채, 회사채 등이 포함된다. 단기매매 금융자산 처분과 평가에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은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하면서 손해를 봤거나 보유 주식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신한금융투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단기매매 금융자산 처분손익은 작년 1분기 54억원 이익에서 올해 313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평가 손실도 301억원에 달해 총 614억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분기 174억3000만원의 단기매매 금융자산 평가 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658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단기매매 금융상품 처분으로 인한 손해도 작년 1분기에는 2000만원 정도에서 올해 268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처분·평가손실 합계가 926억원을 기록했다.

KDB대우증권도 단기매매 금융상품 관련 손익이 작년 1분기 29억원 이익에서 올해 1분기 1412억원 손실로 돌아섰으며 같은 기간 동양증권의 손실 규모는 73억원에서 544억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증권사들이 단기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은 증시 침체로 인한 지분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부문 손실 증가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안전자산 중심의 금융상품 영업 강화를 위해 보유 채권 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며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하더라도 평가 손실을 만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