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신·키움증권 저축은행 인수 탓 이중고

2013-08-19 17:14
저축은행 인수후 적자폭 커져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증권업계가 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가 자회사로 둔 저축은행들의 실적 악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인수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증권사들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올해 1분기(4~6월) 49여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계산하면 55억원 정도의 적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신증권은 투자 부동산 및 유형 자산 처분, 임대료 등으로 135억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자회사들의 실적이 부진해 결국 손실로 돌아섰다. 특히 100% 자회사인 대신저축은행이 영업손실 110억원, 당기순손실 125억원으로 모회사인 대신증권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신저축은행은 대신증권이 지난 2011년 8월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을 인수해 설립한 곳으로 부실자산으로 인해 아직까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대신증권은 일회성 이익이 있었던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래대금이 급감한 작년 1분기 이후 계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며 "대신증권은 지점 등을 통한 오프라인 주식중개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거래대금 급감에 직격탄을 맞았고 자회사인 대신저축은행의 대규모 적자도 실적 부담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이 지난해 인수한 키움저축은행도 모회사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키움저축은행은 1분기 109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지만 당기순손실이 25억원에 달한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약 1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순이익 규모가 73억원 정도로 전기 대비 48.9% 줄어든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은 상품운용손실 및 저축은행 관련 충당금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1년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한 현대증권도 비슷한 경우다. 현대증권이 1분기 기록한 영업손실 198억원(순손실 191억원)에는 현대저축은행의 순손실 14억원도 포함된다.

최근 저축은행을 인수한 증권사들의 실적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증권가에서는 이들 업체들의 저축은행 인수가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담보로 매매 대금을 대출해주는 주식연계신용대출(스탁론)로 돈을 벌기 위해 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증시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어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당국도 스탁론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어 저축은행의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