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쿨비즈를 대하는 이중적 잣대

2013-08-12 13:48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6월 환경의 날에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패션쇼에 나섰다. 시원한 옷차림으로 업무효율성도 높이고, 에너지도 절약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당시의 퍼포먼스 이후 며칠 동안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기사가 포털에 대거 등장했다. 최근 몇 년간 여름이면 통과의례처럼 부각되는 '쿨비즈' 열풍이 관가에까지 퍼지고 있다.

그렇다면 십수년 만의 더위가 닥친 2013년 여름, 쿨비즈는 우리 사회의 대세로 자리잡았을까? 대답은 '글쎄'이다.

백화점 3사는 지난달 쿨비즈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공동으로 전개했다. 치열한 경쟁관계의 백화점 업계가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캠페인 전개로 백화점들이 얻을 이미지 개선과 수익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그만큼 쿨비즈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패션업체들은 해마다 여름이면 다양한 종류의 쿨비즈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다.

쿨비즈가 창출할 사회적 비용이 다각도로 계산되고, '올해 반바지 정장이 대세' '쿨비즈족, 백화점 남성패션 매출 이끈다' 등의 트렌드 기사도 쏟아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취지에는 동감하나 실천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약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출근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당장 포털이나 SNS 상에서 관심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복장은 한 사람의 인격, 나아가 그가 속한 조직을 대표하기도 한다. 그만큼 격식이란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뉴욕 경찰은 여름에 반바지 제복을 입기도 한다. 하지만 반바지를 입었다고 해서 누구도 뉴욕 경찰이 무능하다거나 기강이 헤이해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좋은 구슬이 있어도 꿸 의지가 없고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지금 쿨비즈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