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다름을 끌어안는 성숙함 보여야

2013-08-11 14:06

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둘째 아이가 동네 풋볼 스포츠팀에서 2부 리그 격인 다른 팀으로 내려왔다. 코치들이 우리 아이에게 자리가 없으니 미안하다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이는 많이 상심했지만, 곧 받아들이는 눈치다.

둘째 아이의 상심은 꼭 1부 리그이어야 한다는 1등주의가 아니라 그 팀에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네 실력을 더 많이 발휘할 기회가 될 것이다”고 위로하고 아이도 받아들였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단연 풋볼이다. 그 다음이 야구, 농구 이런 순서이다. 따라서 유소년 스포츠에서도 풋볼이 인기가 가장 많다. 이 나이 남자 아이가 자기 친구들과 잘 하는 팀에서 함께 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오랫동안 자녀를 스포츠팀에 보내다 보면 워낙 아시안 아이들이 없어 자칫 인종차별을 받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나마 코치들이 자원봉사하는 다른 학부모들이라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소수계는 항상 그런 게 걱정이 된다.

미국 방송계의 여왕이자 약 3조원의 재산을 가진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스위스 고가 상품점에서 쫒겨난 모양이다. 스위스 정부까지 나서 바로 사과했지만 아직 세계 일부는 이런 식으로 굴러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나와 다른 피부 색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경멸하고 이방인처럼 대하고 있다.

외국에서 자녀를 키우다보면 가장 많이 하는 대화 중 하나가 ‘만약에 며느리나 사위를 흑인이나 백인을 보면 어떻게 할 것이냐’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백인 며느리와 사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흑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경계하고 있다. 자기 자식이 우리와 ‘완전히’ 다른 피부색깔의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둘째 아이 코치가 이메일을 보냈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는지 우리 아이를 다른 팀으로 보낸 이유를 다시 자세히 설명하고 싶으니 연락을 달라는 것이었다. 처와 상의했으나 안하기로 했다. 아이는 이미 마음의 정리를 하고 새 팀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왜 우리 아이만 다른 팀으로 보냈냐고 다시 묻는 것은 별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아이의 학부모이자 또 코치이기도 한 그 사람의 이메일은 감사하게 다가왔다. 그만큼 우리가 혹시 입을 수 있는 상처를 생각하고 어루만지려고 했다고 생각된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화이트 하우스(백악관)’를 우스갯소리로 ‘블랙 하우스’로 부르는 시대가 왔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인종차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와 윈프리가 당할진대 우리같은 힘없고 백없는 사람들도 충분히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보수적인 미국의 남부 일부 유권자들은 사석에서 오바마를 검둥이, 원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도 이 세상의 희망은 법이나 제도로 그 차별을 금지하고 공평한 기회를 주려고 한다는 데 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외모나 배경이 주류와 다른 사람에게 동등한 마음과 기회를 주고 끌어안으면, 그 사회는 더 밝고 풍성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