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새정부 출범 후 끊이지 않는 'CEO 리스크'
2013-07-31 17:34
CEO 취임하면 '관치 논란', 비어 있으면 '업무공백'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후 금융권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CEO들이 특별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신임 CEO 선임, 또는 CEO의 부재만으로 금융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 및 계열사에 신임 CEO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금융사들은 'CEO 공백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CEO 리스크'가 발생한 원인이 정부 및 금융당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더욱 문제다. 박근혜정부의 이른바 '불통 인사'가 금융권까지 확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인사 개편은 지난 3월 22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 위원장이 취임하고 네 달이 지난 지금까지 상당수 금융사들이 CEO 퇴임 및 취임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신 위원장 취임 후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이른바 '금융권 4대 천황 시대'의 종결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강만수 전 KD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4월 금융권을 떠났다.
이어 6월에는 이팔성 우리금융 전 회장, 7월에는 어윤대 KB금융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 전 회장은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했지만, 정부의 사퇴 압박으로 연임에 도전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퇴장과 함께 불거졌다. 홍기택 KDB금융 회장, 임영록 KB금융 회장 등 신임 회장들이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장호 BS금융지주 전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금융권은 관치로 얼룩졌다. 지난 5월에는 예상치 않게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전 회장마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행히 금융지주사 신임 회장들이 논란을 극복하고 취임했지만, KB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 계열사 CEO 인사로 또 한 차례 곤혹을 치르는 중이다.
역시 낙하산 인사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노동조합의 반발에 부딪혀 열흘째 본사 출근을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광주은행, 우리카드, 우리아비바생명을 비롯한 무려 8개 계열사의 CEO가 교체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결정이 나지 않았다.
◆정부 '불통 인사' 금융권 확산
이처럼 금융권이 신임 CEO 취임 또는 CEO 부재로 뜻하지 않은 리스크에 직면했다. 특히 CEO 부재의 장기화는 직원들의 기강 해이와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단순히 여길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이사장이 공석인 한국거래소에서는 결국 이틀 연속 전산사고가 발생하면서 CEO 공백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정부가 최대 주주인 우리금융의 계열사 CEO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더 늦어질 전망이다.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금융공기업의 신임 기관장 선임도 시급한 실정이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금융사와 기관들이 신임 CEO 선임이 늦어지면서 하반기 업무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같은 금융권의 'CEO 리스크'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박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던 '불통 인사'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CEO 공백 사태도 결국 정부의 늑장 인사에서 비롯된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치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사나, CEO 선임이 늦어지는 금융사 모두 결국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지 않냐"며 "특히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민간 금융사까지 CEO 선임 과정이 순탄치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