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한국전쟁을 세계인의 가슴에 남기자
2013-07-28 13:39
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쟁 영화를 보면 무언가 가슴에 남는 게 있다. 사실적인 전투 장면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긴장감과 휴먼 스토리는 그가 역사와 영화를 자유자재로 만지는 천재성을 가늠할 수 있다.
그가 만든 대표적인 전쟁 영화라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 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2001) 등을 꼽을 수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2차 세계 대전 막바지에 3형제 중 유일하게 전쟁에서 생존한 라이언을 구한다는 특수 임무를 띠고 적진에 투입된 미군 용사들의 사투 스토리를 사실적으로 그렸다. 이 영화에서 상륙작전 등에서 그려진 사실적인 전투 장면은 세계 전쟁 영화사의 한 획을 긋는 것으로도 평가되기도 했다.
이어 미국의 케이블 영화 시리즈로 그려진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을 끝내게 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소재로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의 리더십, 인간사 등을 총망라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공통점 중 하나는 감동이다.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무참히 무너뜨리는가 하는 점과 그 속에서 살기 위해 또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싸웠던 전우들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미국 참전용사협회에서 스필버그 감독에게 여러 차례게 걸쳐 감사의 뜻을 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 스필버그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 어떤 것인지 후세에 남겼다. 전쟁이 끝나고 수십 년이 지나면 사람들은 사실을 통계나 자료 필름 등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가장 애통한 것은 지난 일로 여긴다.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희생과 고통, 그 속에서의 삶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스필버그 영화는 이처럼 박제될 수 있는 전쟁사를 현실로 끌어내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7일은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DC 한국전쟁 기념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행사는 성대했다.
그러나 우리와 전세계인에게 과연 한국 전쟁이 가슴에 남는 역사인가를 따져볼 때 아니다는 답을 떨치기 어렵다.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전쟁을 스필버그와 같은 대가가 직접 어루만져 현대인이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은 영상을 남길 수 있다면 세계인들은 한국전쟁을 다시 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의 삶과 죽음, 희생과 영광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억지로 느끼라고 기억하라고 하지 않아도 하게 된다.
최근 한국 경제력의 상승과 함께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인 붐을 일고 있으니,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정부와 민간이 나서 한국전쟁을 소재로 역사에 남는 걸작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한국 전쟁은 더 이상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이제 다 노구가 되어 몇 남지 않은 참전용사와 가족들, 그리고 전 세계인의 가슴에 영원히 남는 역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