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SK·GS그룹 2조3000억원대 외국인투자 프로젝트 발목잡아
2013-07-09 17:18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2조3000억원의 국내 외국인투자 프로젝트가 국회의 늑장대응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국회에서 규제 개선 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상태로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게 반대논리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으로 국내 외자유치 및 경제활성화, 일자리창출 효과가 커 경제민주화에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 2건, GS 1건의 외국인 합작투자 사업이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가 국내 계열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토록하는 규제에 걸려 있다. 해당 사업은 각 그룹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 및 SK루브리컨츠와 GS칼텍스가 증손회사를 만들어 진행하는 것이다.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9600억원을 울산에 투자해 파라자일렌(PX, 화학섬유원료) 100만t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JX에너지는 5000억원을 분담한다. “현재 공장 건설은 진행 중이나, 법 개정이 안 되면 사업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SK루브리컨츠 역시 JX에너지와 손잡고 3100억원 규모(외투 870억원)의 울산 제3 윤활기유공장을 건설했다. 하지만 “규제 때문에 사업 파트너인 JX에너지가 전환사채로 참여하는 임시방편을 쓰고 있어 리스크가 높다”는 설명이다.
GS칼텍스도 일본 쇼와쉘 및 타이요오일과의 1조원(외투 5000억원) 규모 여수 PX 100만t 증설 사업이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연되고 있다.
해당 사업들은 외자유치를 포함해 총 2조3000억원이라는 투자가 울산과 여수에 이뤄져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PX는 중국 전방산업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수요증가에 대응하고, 윤활기유 역시 세계 고급윤활유 시장을 겨냥한 수출형 사업으로 적기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해외 합작기업이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파트너가 국내 법 개정을 기다려 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준다는 보장은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여상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외국회사와의 공동출자에 한해 지분 50% 소유를 허용토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19대 국회에서 부결돼 계류됐다. 법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몇몇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법안”이라며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예외 규정을 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소수 기업만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견·중소기업도 손자회사가 있는 경우가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외자유치를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SK와 GS는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GS에너지의 자회사 아래 사업부문별로 손자회사를 배치해 조직구조를 세분화해왔다. 외국기업은 이처럼 전문화된 손자회사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희망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