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엔저 영향 확대…한국경제 하방위험 ‘경고등’

2013-07-02 15:21
일본 기업들 수출단가 인하 지연…우리 기업 타격 클 듯<br/>정부, 7월 중 엔화약세 반등 예상 빗나가 ‘당혹’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올해 초부터 시작된 엔화 약세가 하반기에도 우리 기업 수출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엔고 시기를 버티면서 채산성이 악화된 일본 기업들이 수출단가 인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업종 등을 중심으로 엔저로 인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도 엔저의 장기화가 진행되면서 당혹스런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엔저현상이 일본 참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7월부터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엔저 현상이 한국경제 하방위험으로 부상하자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국채금리 상승, 주가 급락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아베노믹스 실패 우려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당초 하반기에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던 엔저 현상도 이달 중순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은 아직까지 엔화 가치 급락에도 불구하고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익성이 개선된 일본 기업들이 점차 단가 인하에 나서면서 하반기에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우리 수출에 엔저 효과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엔화의 향방은 우리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일 수출 경합도는 지난해 56.8%로 일본과 교역하는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

실제로 채산성이 개선된 일본 기업들이 달러 표시 수출 단가를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인하를 시작하고 있다. 일본 달러표시 수출단가는 엔저 시작 이후 5개월간 전년동기비로 1.6%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4월과 5월에는 8% 이상 단가가 하락했다.

LG경제연구원이 조사한 한국과 일본의 상대적 수출 단가와 수출금액 비중의 시차상관계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출단가가 변화한 뒤 5개월 이후에 수출 금액에 대한 영향력이 극대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수출 단가가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엔저 영향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이후 빠르게 진행 돼 온 엔화 약세가 세계 주요국 중 우리나라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도 이같은 구조적 문제인 셈이다.

특히 세계경제가 여전히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원·엔 환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한다면 올해 우리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아베노믹스로 인한 양적 완화 정책 효과뿐만 아니라 일본의 고령화, 엔캐리 트레이드 재개 가능성 등 구조적 요인이 엔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엔저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우리가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경기부양을 내세우는 정부로서는 엔저의 장기화가 하방위험의 경고등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엔저가 장기화 될 경우 정책 당국과 기업들은 우리 경제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게 누적되지 않도록해 원화 강세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