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정원박람회 공사 대금 체불…노인들 분통

2013-06-30 12:45
시린 손 불어가며 잔디 심었는데…다섯 달이 넘도록 대금 체불

지난 5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 관람객이 가득차 있다.(사진제공=순천시청)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추운겨울 시린 손을 불어가며 잔디를 심었는데 정원박람회는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일당은 아직까지 안주고 있으니 너무 화가 납니다"

전남 순천에 사는 배정임 할머니(71)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배씨를 비롯한 할머니 40여명은 지난해부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성 현장에서 잔디를 심었다.

이들은 새벽부터 집을 나서 맹추위에 시린 손을 불어가며 정원박람회장 조성에 힘써왔다.

이들 노인들의 일당은 하루 5만원이다. 한겨울 따뜻한 아랫목을 뒤로하고 개막이 촉박한 정원박람회 공사 마무리를 위해 그렇게 일해 왔지만 지난 1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하루 벌어먹고 사는 고령의 할머니들이다. 쥐꼬리만 한 임금이 지급되길 목매어 기다리고 있지만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순천정원박람회 소식만 들으면 분통이 터지기만 한다.

배씨가 받지 못한 임금은 모두 100만원. 배씨뿐만 아니라 다른 잔디 식재업체까지 포함하면 현재 체불된 대금이 모두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에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조성에 힘써왔던 잔디업체와 노동자들이 임금 등을 받지 못했다며 박람회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상록잔디영농조합원 36명은 이날 정원박람회장 동문 입구에서 집회를 열고 순천시 등에 "잔디 납품 대금 7000만원을 지급해 달라"며 순천시의 무성의를 항의했다.

이들은 "조충훈 순천시장이 지난 4월 조만간 해결해주겠다고 해 참아왔는데 아직도 밀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면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박람회장에 심어놓은 잔디라도 모조리 뽑아가겠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금체불은 잦은 설계변경과 몇 단계를 거치는 하청이 이뤄지면서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잦은 설계변경으로 인한 초과비용이 발생되면서 발주사인 순천시와 원청 건설업체의 힘겨루기에 소규모 영세업체 소속인 이들 노인들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셈이다.

조성 업체 관계자는 30일 "순천시가 박람회장을 조성하면서 여러 차례 설계변경 해 초과비용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해결해 주지 않고 있어 하청과 재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순천시와 원청사는 공사비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상거래 분쟁·조정·중재 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에 의뢰를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