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전 통계청장, “우리는 희소가치를 지닌 존재”
2013-06-30 12:17
FKI미디어, ‘무엇이 내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가’ 발간
한국 최초의 민간 출신 여성 통계청장(제12대)으로 잘 알려진 이 교수는 통계청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을 맡으며 최초의 국회 1급 여성 공무원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여성이 드문 경제학계에서 가는 곳마다 ‘최초’가 돼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지만 기대와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노력하고 달려와야 했다.
특히, 이 교수도 젊은 시절에는 수십 번 구직에 실패한 ‘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려운 관문을 뚫고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이었다.
1970년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경제학을 선택하며 교수의 꿈을 품고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돌아왔지만 교수 임용을 지원한 모든 대학에서 거절의 답을 들어야 했다. 책 보따리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시간강사 자리를 전전하며 기다렸지만 그녀에게 교수의 자리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난 안 되나보다’ 하며 여성에게 불평등한 사회를 탓하며 꿈을 포기할 법도 한데, 그녀는 차선의 선택을 했다. 그 즈음 갓 생긴 민간경제연구소인 ‘하나경제연구소’에 발을 디딘 그는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거나 탓하지 않고, 뽑아준 회사에 대한 고마움과 여성 경제학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이후 한국경제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서강대학교, 통계청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선택의 기회가 생길 때마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다. 여성이 드문 경제학계에서, 선입견과 기대의 시선을 동시에 받으며 늘 긴장해야 했지만 그 긴장감을 즐기며 매번 새로운 위치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증명했다.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일자리에서 정말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자세로 일했다면 지금의 그녀는 없었을 것이다. 어떤 기회가 주어지든 그 일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해줬다. 이 교수는 “일이나 조직생활, 그리고 가정에서의 모든 경험들은 어느 것 하나 쓸데없는 것이 없으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때 그것이 마치 인센티브처럼 자신의 가치를 비약적으로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녀의 성공비결 중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인생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살다 보니 경제학에만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인생에 있어 보이지 않는 손은 참 많이 작용하고 있다. 혼자서는 힘든 순간이 분명 있었지만 그때마다 위기를 잘 넘겨온 것은 나를 대신해 걸음을 부축해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인간관계에 점점 취약해져 가는 우리에게 신선한 깨달음을 준다.
이 교수는 강단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직 자신의 ‘상품가치’를 잘 모르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생존의 경쟁 앞에서 불안해하고 있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자유주의시장의 구조가 지닌 장점과 단점을 알려주고, 보다 가치 있는 인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걸출한 인물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자신의 삶을 이처럼 가치 있고 행복한 인생으로 만들 수 있었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경험의 인센티브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