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개월, 이채욱 부회장 “지금은 내실부터 챙기고 ~ ”

2013-06-30 17:00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취임 3개월을 맞은 이채욱 CJ대한통운 회장이 조용하면서도 내실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1일 정식 취임한 이 부회장은, 업계 1위와 2위의 합병으로 탄생한 자산규모 5조원의 초대형 물류기업의 새 수장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CJ그룹이 부회장 직까지 신설하며 이 부회장을 영입한 것만 보더라도 시장 구도 재편과 영향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인천공항공사 사장 재직 당시 다양한 조직문화 혁신을 이끌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룹과 사측이 이 부회장에게 기대한 점도 손관수 종합물류부문장과 신현재 글로벌부문장과 함께 새로운 CJ대한통운만의 조직 구축 및 시너지 창출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지난 석달 간의 행보는 예전의 파격적이고 화려했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보여주기 식 경영보다는 안팎의 경영환경 안정화와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채욱 호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출범 1주일 만인 4월 초 대전에 증축한 메가허브터미널에서 통합 코드 미인식으로 인한 물품 분류작업 차질이 발생하며 배송지연이 처리됐다. 다행히 지연 사태는 빠르게 마무리됐고, 통합에 따른 성장통 쯤으로 받아들여졌다.

더 큰 문제는 5월에 발생했다.

대리점주 및 배송기사들 간 수수료 체계·패널티 제도 도입 등으로 촉발된 택배기사들의 파업은 2주일이나 이어졌다. 회사는 단순한 매출 하락은 물론, 화주 및 소비자들의 불편이 이어지며 기업 이미지 하락까지 경험해야 했다.

이 모든 사건이 불과 출범 한 달 반 사이에 벌어졌다.

그럼에도 CJ대한통운은 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와 새롭고 신선한 기업이미지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이 물류센터를 찾아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 했고, 파업사태 기간에도 다양한 해결방안을 지시하며 조속한 해결을 이끌어내는 등 리더쉽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CJ그룹이 이재현 회장 검찰 소환 등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이 부회장만의 과감성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속 위주의 경영성과를 얻는 데 성공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오는 하반기부터 택배부문 마진과 매출증가로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택배대란과 파업 등 악재 속에서도 2분기에 1조 1444억원의 매출과 343억원의 영업이익 달성이 전망된다. 회사 전체 매출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계약물류(CL)와 포워딩 부문의 호조도 예상된다.

그 중 CJ대한통운이 수년 간 심혈을 기울여 온 글로벌 사업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회사의 해외사업 부문은 전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에서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회사의 미래 먹거리란 점에서 중요성이 매우 큰 사업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중국 내 물류기업인 스마트 카고를 인수해 물류사업 강화와 함께 아프리카 시장 공략이 가능해졌다. 또 이라크 재건사업 등 중동 지역의 물량 확대가 해외사업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의 고령자 친화기업 공모에 선정돼 실버택배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나서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이라는 면에서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은 이 부회장 취임과 통합 직후 이어진 악재, CJ그룹의 어려운 상황 등이 맞물리며 힘겹게 출발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해외 및 계약물류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택배부문의 마진이 개선되는 하반기부터는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