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김동욱 기자= 지난해 막걸리 판매용기의 크기 제한을 풀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개선안 추진에도 불구하고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올해 초 풀려야 할 막걸리 판매용기의 크기 제한은 부처 간 찬반양론이 팽팽해 고시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경쟁제한적 규제 완화 20개 확정 추진안을 들고 나오면서 국세청이 관리·감독하는 '막걸리 판매용기 제한 완화'를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심산이었다.

막걸리의 판매용기 제한은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안겨줬던 불필요한 틈새 규제로, 중소기업 부담 완화의 일환이다. 또한 세계 유수의 다양한 와인처럼 전통주 시장을 특성화시키고 활성화할 수 있는 등의 방책 중 하나로 꼽혔다.

이에 따라 현재 2ℓ 이하로 묶여 있는 막걸리 판매용기 제한을 10ℓ로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국세청을 독려, 10월께 주류의 제조·저장·이동·원료·설비 및 가격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을 추진할 태세였다.

전국의 막걸리 생산업체는 660여곳으로 판매용기 제한이 완화되면 판매원가가 절감되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통주인 막걸리의 활성화 차원에서 인터넷 구매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범용일반인증서(금융기관용)를 통한 성인인증만 가능하면 우체국 등 지자체 홈페이지를 활용한 전통주 구입이 가능하다. 또 인터넷 구매 시 구매 수량 제한도 완화돼 많게는 100병까지 구매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막걸리 판매용기 완화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10ℓ로 늘리면 저질 막걸리가 생산될 수 있는 등 제품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이다.

국세청은 막걸리 업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다는 주장이다. 막걸리 판매용기 제한은 저질 막걸리 생산 때문에 줄인 것으로, 용량을 완화하면 막걸리 업자들이 물을 타고 재활용 시에도 잘 씻지 않는 등 위생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볼멘 목소리다.

정부 관계자는 "막걸리 용기 완화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와도 일맥상통하지만 현재 국세청의 논리 선상은 세금문제가 본질로 보인다"며 "최근 막걸리도 납세필증이 의무화된 만큼 용기를 늘려도 관리가 가능하고, 정부 내에서 이를 놓고 현재 협의 중으로 조만간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