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위기 왜?…“덩치 키워놓고, 편식만 했네”
2013-06-26 09:10
클락슨 통계보니, STX유럽 인수했어도 수주잔량 변화 없어
이로 인해 경기 불황으로 인해 곧바로 쓰러진 대우그룹과 유사한 확장정책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영국 해운·조선 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의 조선사별 수주잔량 통계를 이용해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부터 현재까지 STX의 현황을 살펴보니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2009년 8월 당시 STX그룹 소속 3개 조선소의 상선 수주잔량은 6354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척수 기준으로는 273척이었다. 2010년 3월부터 기 인수한 STX유럽(구 야커야즈) 소속 조선소 수주잔량도 합산됐는데, 그때 17개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7171CGT·308척으로 증가했다. 적어도 이 때 만큼은 인수 효과가 빛을 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은 이 때 뿐이었다. 이후 STX그룹은 서서히 하락세를 지속하더니 2012년 2월(조선소 수 16개)에는 5809CGT, 245척까지 주저앉았다.
2013년 2월에는 15개 조선소 6318CGT·241척까지 회복했지만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이미 자체 유동성 통제능력을 상실한 STX그룹은 비조선계열사는 물론 STX유럽과 다롄조선소 등 해외 조선기지도 모두 매물로 내놨고, 핵심 주력사인 STX조선해양의 운명도 채권단의 손에 맞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선소 수도 줄고 수주잔량도 급감해 이달에는 7개 조선소에서 5670CGT·193척의 물량을 남겨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클락슨리포트 통계는 STX그룹의 확장경영에 결함이 있었음을 보여주는데, 자회사 인수 후에도 주력 부문이었던 상선 영업에만 크게 매달렸다는 것이다.
STX그룹은 STX유럽 인수·다롄조선소 건설 등을 통해 글로벌 조선·해양플랜트 생산벨트를 구축하고, 범용 상선에서 드릴십 등 플랜트와 군함과 잠수함 등 모든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체제를 이루고자 했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유로존 경기 침체가 불거지면서 신조 발주가 끊기는 등 사업 환경이 완전히 변했다. 다양한 선박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선박을 만들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STX유럽의 유럽지역내 유람선 조선소는 일감이 떨어져 직원들이 일을 못하고 있는데, 수주한 상선 건조를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원가 경쟁력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다롄조선소는 현지 인력의 숙련도가 떨어져 당장 많은 물량을 맡기기 어렵다.
STX 본사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고부가가치 산업인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하고 상선 비중을 낮춰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는 추세를 적극 따라잡지 못했다. 돈이 들어오는 구멍은 상선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그룹별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였던 STX그룹은 2012년 8월 3위에 오른 뒤 2012년 2월, 3월에는 2위에 올랐다. 빅3의 상선 비중이 줄면서 어부지리로 순위가 상승한 것인데, 하반기 이후에는 이 순위도 떨어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위기라는 불가항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STX는 제시한 청사진에 비해 STX유럽 인수 후 사업 시너지 확대라는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채 상선 수주에만 매달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이 치열해 저가 수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상선 시장에서 예년과 같은 물량을 확보했다고 떨어진 선가 때문에 수익성은 나빠져 결국 현재의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