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앞둔 강남권 전세시장… 학군수요 열기 '후끈'

2013-06-23 16:41
수요 많고 물건 적어 전셋값 상승세<br/>기존 세입자 재계약… 반전세도 증가

여름방학을 앞두고 서울 강남권에 학군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개포동 대청아파트의 경우 가장 작은 전용면적 39.5㎡형은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비슷한 가격과 학군을 원한다면 인근 수서동까지 가야하는데 그곳도 전셋값이 한달새 2000만원 정도 올랐습니다."(서울 강남구 수서동 R공인 대표)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찮다. 전셋값이 짧은 기간에 부쩍 오른데다 물건을 찾기도 쉽지 않다.

급등한 전세금 부담 때문에 대부분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선호해 전세 거래 자체가 뜸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여기에 다음달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군 수요가 증가할 조짐이어서 국지적 전세난도 우려되고 있다.

23일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물건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수요는 많은데 물건이 적으면 가격이 오르게 마련이다.

이 아파트 전용 76.79㎡ 중층의 경우 현재 전세시세가 3억5000만원 선으로 한달 새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다. 올해 초 2억5000만~3억3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최고 1억원 가까이 뛴 셈이다.

인근 국제공인 유서준 대표는 "'물수능' 탓에 학군 수요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름방학을 앞두고 전세를 찾는 문의 전화와 방문객이 늘고 있다"며 "가격과 상관없이 물건이 너무 없어 계약을 포기하고 되돌아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대치동 개포우성1단지 전용 84㎡도 전셋값이 5억5000만~6억원 선으로 지난달보다 1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올랐다.

인근 개포동도 마찬가지다. 개포동 대청아파트 전용 39.5㎡는 두 달전보다 2000만원 올라 2억2000만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수서동 까치마을 39.6㎡도 한달 새 2000만원 가량 올라 2억1000만~2억2000만원 선이다.

서초구에서는 지역 대표 랜드마크인 반포 자이와 반포 래미안퍼스티지가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반포 자이 전용 84.9㎡형은 봄 이사철 때보다 3000만원 가량 올라 8억5000만~8억7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대형인 전용 132㎡도 한달 새 5000만원 오른 12억5000만원 선이다. 기존 세입자들은 오른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 계약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는 최근 9억원대까지 전셋값이 뛰었다.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인근 반포자이공인 관계자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미리 전세 계약하려는 학군 수요가 몰려들고 있지만 물건이 많지 않다보니 호가(부르는 가격)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강남권 전세난이 다시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여름방학을 맞아 학군 좋은 강남권으로 이사하려는 전세 수요가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이주 여파까지 겹칠 경우 전세난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재건축 이주가 예정된 단지는 14곳 1만800가구에 달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달 말 취득세 감면 종료 이후에는 매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세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거래시장 활성화 대책과 함께 적절한 전세 수요 분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