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유 불구, 대기업 올 채용규모 축소 가시화
2013-06-20 10:48
'삼성·현대차·LG' 빼면 착시현상<br/>경기침체 심각, 생존 위해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워<br/>정년연장·비정규직 전환 등 경제민주화 법안도 걸림돌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 주체인 산업계가 올해 인력 채용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상위 소수 대기업의 '착시 현상'을 제외하면 많은 기업들이 경기침체의 압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금융부문에 이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위주로 한 기업들의 채용 축소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매출액 상위 6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2013년 신규 채용 계획'(정규직 대상)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응답 기업 157개 중 39.5%인 62개 기업이 작년보다 덜 뽑겠다고 응답했으며, 작년 수준만큼 뽑는다는 응답은 46.5%인 73개 기업이었다. 작년보다 늘리겠다는 응답은 14.0%인 22개 기업에 불과했다.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업종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서'(46.8%), '국내외 경기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 예상'(24.2%), '회사 내부 상황 악화'(12.9%) 등을 꼽았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만6000명과 1만5000명을 뽑겠다는 삼성그룹과 LG그룹, 전년 대비 2% 늘어난 7700명을 채용키로 한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하면 다른 대기업들은 정확한 채용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권유도 있어 지난해 수준이라도 맞춰보려고 하고 있지만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수익위주로 사업 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신규 인력 수요가 그만큼 줄었다"며 "능력있는 인재는 반드시 뽑겠지만 전체적인 채용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도 기관별로 연간 1000여명에 이르렀던 채용 규모가 올해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일자리를 떠난 직원 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 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의류·식음료업과 서비스업 등 소상공업종도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하며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력 유입이 줄어들고 있으며, 신규 창업시장도 불확실한 업황으로 주저하고 있어 대체 일자리 창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불황의 여파와 더불어 기업들의 정규직 채용 규모 축소의 또 다른 배경은 통상임금과 정년연장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기업 발목잡기 법안들'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논의 중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례가 확정될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급증해 향후 3년간 고용률이 1%포인트 줄어, 경총 발표 기준 37만2000~41만8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조정 없는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청년 고용 할당제 도입 등의 국회 입법 동향과 더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실상 강제가 기업의 자율적인 채용 활동을 규제하는 '악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추진되면서 기업 활동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며 "이들 법안이 발효될 경우 과도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채용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으며,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