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硏 "한국, 제3차 경제 하락기진입"

2013-06-17 19:43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한국 경제가 세 번째 하락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장기 저성장 대응 시리즈의 두 번째 주제로 발표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리를 끊기 위한 설비투자 2.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제3차 경제 하락기’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오일쇼크에 따른 1970년대 후반과 IMF 구제금융 시기인 1990년대 후반을 각각 제1차 및 제2차 경제 하락기로 꼽았다.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한국 경제를 제3차 경제 하락기로 진단한 것.

성장률 장기추세선을 분석한 결과 ‘3차 하락기의 기울기가 더 크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국내 설비투자의 35%를 담당하는 6대 그룹의 보유현금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의 설비투자 성향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것이다. 2004년 6대 그룹의 보유현금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254%로 산업 평균의 1.76배에 달했다. 하지만 2011년에는 133%로 산업 평균의 1.17배에 불과했다.

산업 전체에서 6대 그룹이 차지하는 설비투자 비중은 2005년 33.3%에서 2011년 35.4%로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보유 현금 비중은 2005년 19.1%에서 2011년 30.4%로 크게 높아졌다.

이에 보고서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세 가지 대응책을 제시했다. 우선 투자여력(보유현금+영업이익) 대비 설비투자가 저조한 업종의 설비투자 확대를 유인하는 것이다. 현재 투자여력 대비 설비투자가 부진한 업종은 석유정제품 제조업, 의료·정밀·광학기기 제조업, 식료품 제조업 등이다.

해외진출 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유도해 연간 26조원에 달하는 해외투자의 일부를 국내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는 자본의 50%를 국내로 유인할 경우 총 설비투자가 12%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통해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해 국내 FDI 규모는 163억 달러(18조4000억원)이며, 이 규모가 두 배로 확대될 경우 총 설비투자는 17.2%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저성장 고리를 끊기 위해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설비투자 2.0'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설비투자 2.0은 투입량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효율성을 높여 산출량을 확대하는 방식”이라며 “단위 자본 투입에 대한 고용 창출을 극대화하고, 투입 자본의 국내 경제 기여도를 높여 실질적인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고용창출, 환경영향, 국내 기여도, 경제 생태계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투자 설계도를 작성해 설비투자의 양이 아닌 품질을 경영해야 한다”며 “각 산업의 변화된 키워드에 적합한 투자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