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 대화제의에 "너부터 변해라"
2013-06-17 19:18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북한이 남북당국회담 무산 5일 만인 16일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데 대해 미국이 "비핵화의지를 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하다"며 사실상 거부하는 등 주변국들까지도 북한에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케이틀린 헤이든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 보장회의(NSC) 대변인은 16일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회담 제안에 대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다다를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을 원한다"며 "그러려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준수하는 것을 포함해 국제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협상재개가 어렵다는 쪽으로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면서 '김정일의 유훈'이라고까지 적시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를 거론했지만 이 역시도 군축회담 제의의 의미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 정부는 17일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공식반응을 내놓는 동시에 정부도 북한의 이번 대화제의를 진정성이 결여된 제의로 보고 있다. 특히 한·미·중 3각공조를 흔들기 위한 평화공세로 보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이번 대화제의에 대해 "전술적 차원의 국면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도 냉랭한 반응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북핵 문제에 있어 공식적으로 한·미 양국과 보조를 맞춰온 점을 감안한다면, 일단 북한의 대화제의를 환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매체들은 "말보다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미국측 반응을 전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나섰다.
중궈신원왕은 17일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미국 정부가 '듣기 좋은 말보다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화(新華)통신은 '북한이 미국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제의를 했다'고 보도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미국의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북·미 회담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못박았다. 중국 관영 환츠스바오(環球時報)는 장롄구이 중국 공간당 중앙당교 교수의 인터뷰를 실으며 "북한의 대화 제의는 분명한 전략적 목적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1월 2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밝힌 지 5개월 만에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에서 "비핵화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핵 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19일 베이징에서을 방문해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전략대화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