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여유자금이 소비 감소 등으로 1년만에 대폭 늘었다. 2003년 이후 빚도 처음으로 줄었다.

반면 기업과 정부의 자금부족 규모는 전 분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1/4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이 기간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비용에서 자금조달비용을 뺀 자금잉여규모는 30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20조4000억원보다 9조7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32조5000억원 이후 1년만에 최대 규모다.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소비와 빚을 모두 줄였기 때문이다.

이 기간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 규모는 전 분기 21조3000억원 증가한 데서 1조원 감소로 전환했다.

은행 등에서의 대출을 의미하는 예금취급기관 차입금이 5조2000억원 감소로 전환된 데다 여신전문기관 등 기타금융기관 차입 규모도 4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9조1000억원)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자금운용 규모도 29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41조7000억원)보다 줄었다.

금전신탁이 4조6000억원으로 전분기(10조1000억원)보다 감소했으며 장기저축성 예금도 전분기 1조8000억원 증가한 데서 2조9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유가증권 역시 금융채 등을 중심으로 전분기 1조4000억원 증가한 데서 11조5000억원 감소로 전환했다.

다만 보험 및 연금은 26조원으로 전 분기(26조8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경제통계국의 정유성 자금순환팀장은 “개인가처분소득은 늘어난 데 비해 민간소비지출은 감소하고 저축률이 늘면서 자금잉여 규모가 증가했다”면서 “경기 악화로 인해 개인사업자들의 대출 감소와 부동산 세제감면 혜택 종료 등으로 주택대출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차입규모가 감소하면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전기대비 1조7000억원 감소한 115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전 분기말 2.14배에서 2.19배로 상승했다.

이에 반해 일반 기업을 의미하는 비금융법인은 설비투자가 개선되면서 자금부족 규모가 전분기(4조7000억원) 대비 확대된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증가 등으로 금융기관 차입이 18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13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일반정부 역시 재정 조기집행 지원을 위한 국채 발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13조8000억원 자금잉여에서 올 1분기 22조9000억원 자금부족으로 전환했다.

한편 3월말 현재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의 총 금융자산은 전분기말 대비 2.9% 증가한 1경195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44배로 전분기 말과 동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