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성사…WP "전문가 진단, 어려울 것"
2013-06-16 20:50
북한이 16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에서 북미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미국 언론들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며 제안 의도와 회담 성사 가능성을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제의가 북한이 지난 3∼4월 쏟아낸 미국 핵 공격 발언 등 대미 위협을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라고 풀이했지만, 실제로 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미국은 북미 회담의 전제로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일찌감치 천명한 데 반해 북한은 이번 회담을 제안하며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니얼 핑크스톤 국제위기그룹(ICG) 동북아 부국장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회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이 제안을 거절하면 북한은 서방을 비난하며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또 이번 제안이 북한이 국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는 중국을 달래려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대미 회담을 제의하면서 핵개발 프로그램의 폐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옮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제안이 최근 수개월간 미국에 대한 핵 공격까지 언급하며 위협적 태도를 보였던 북한이 대화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NYT 역시 미국은 북미 직접 대화에 앞서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대화에 전제조건을 달지 말라는 태도라는 차이점을 부각했다.
AP 통신은 북한의 제안이 이달 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한국 정부에 대해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는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의 분석을 전했다.
다만 AP는 최근 몇 주 사이에 평양 시내에 ‘미 제국주의 침략자를 쳐부수자’는 광고판과 포스터가 철거되는 등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CNN 방송은 회담이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만난다면 의제가 무엇일지 어디에서 만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