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슨 꿍꿍이?...속내는?

2013-06-16 18:01
- 비핵화 유훈 전략적 강조...실제 비핵화 의지는 없어 보여<br/>- 시진핑에게도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아주경제 오세중 기자=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5일 만에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특히 최근 연일 핵보유국임을 강조한 북한이 비핵화 의지도 밝힘으로써 그 속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제의는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대변인 중대담화 형식으로 나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것은 확실하다"며 "(전략적이든 진정성을 가지고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번 대화에서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 등의 현안을 의제로 제시하고 포괄적 논의가 가능한 '고위급 회담' 형식을 제의했다.

또한 지난 2월 제3차 핵실험 이후 핵무력과 경제발전 병진 노선을 명확히 한 북한이 비핵화를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으로 강조한 점도 이레적이다.

북한의 이 같은 한반도 비핵화 입장은 김정은 체제 후 처음으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북한의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해 노벨평화상을 받는 요인이 됐던 '핵 없는 세계 건설'까지 언급했다. 북한이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앉히기 위해 적극성을 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북한이 북·미회담 제의에 앞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중국 방문 시에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관련국들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가 집중 논의된 만큼 이번 회담 제의가 이미 중국측과 논의한 후 (회담 제안이) 나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남북 당국회담의 무산으로 북한의 이번 북·미회담 제의가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제안을 미국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더 이상 북한의 전략에 휩쓸려 과거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미국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 15일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인 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원한다"면서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진지하고 의미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록 북한이 비핵화가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유훈임을 내세워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 진의는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최근 북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중대담화에서 "북핵 폐기만을 위한 비핵화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부분도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닌 확대개념으로 미국의 핵공격 위협 등에 대한 세계의 군축문제를 거론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