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배 이야기>얼마나 더? 2만2000TEU까지 가능
2013-06-16 17:58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세계(하)<br/>항만 인프라 확장이 발주 확대의 걸림돌<br/>1만5000TEU급 이상 선박 파나마·수에즈 운하 통과 못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화물 운송수단은 같은 연료비·운송비가 든다면 되도록 한 번에 많이 실어 나르는 것이 좋다.
국내 조선사들도 적어도 크기만을 강조하는 선박을 원한다면 선사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컨테이너 선박을 키울 수 만은 없는 게, 선박이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항만 인프라가 얼마나 확산돼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
에어버스가 초대형 여객기 ‘A380’ 개념을 제시했을 때 전 세계 주요 공항은 모두 기존 세계 최대 항공기였던 보잉의 B747에 맞춰 인프라가 정비돼 있었다. 항공사가 A380을 구매하더라도 공항 인프라가 이에 맞춰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보잉이 B747보다 큰 항공기를 제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B787과 같은 중대형 항공기 개발에 집중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한 몫을 차지했다. A380 판매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초대형 항공기를 유치해 허브 공항으로 성장하려고 하는 국가들의 정책이 뒷받침 됐다.
선석 길이를 예로 들 때 국내 항만의 5만t급 1선석의 길이가 350m이므로 1만TEU급 선박을 1선석만으로 수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실제 접안시에는 선박 길이 외에 로프 연결 공간 등으로 20~30m 가량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수심에서도 1만~1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모두 만재홀수 15m 수준으로 맞춰 건조되고 있기 때문에 항만 수심도 16m 이상 깊어야 한다.
선박의 폭은 1만TEU급의 경우 컨테이너를 선박 상부구조물인 데크에 최대 18열, 1만2000TEU급은 20열 이상까지 적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하역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22열급 이상 컨테이너 크레인을 확보해야 한다. 이들 선박은 국제 규모의 항구에 주로 취항할 수 밖에 없다. 부산항과 광양항 등 국내 항만은 1만TEU 이상 컨테이너선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인프라 정비를 마쳤기 때문에 이번에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AP몰러-머스크에 인도한 1만8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선박의 입항도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컨테이너선이 너무 크면 이용할 수 있는 동-서 횡단 항로의 수가 제한된다. 대표적인 게 운하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1만2000TEU에서 1만3000TEU까지, 말라카 해협은 1만5000TEU, 파나마 운하는 확장되더라도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밖에 운항할 수 없다. 따라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운항에 따른 경제적인 여건을 논외로 한다해도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컨테이너 선형은 1만5000TEU가 한계가 될 수 밖에 없다.
즉, 운하를 이용할 수 없다면 대륙을 빙글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오히려 운송비용이 더 들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이 1만8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의 폭을 되도록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점도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함이다.
한편, 선사의 경우 동서 기간 항로 사이의 화물 불균형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자칫 극초대형 선박을 투입할 경우 소석률이 낮아져 운임 하락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화주 입장에서도 선사가 기항 가능한 항만을 중심으로 서비스 체제를 개편하는 경우 스케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선박의 크기가 무한정 커질 수는 없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등장으로 운항원가가 낮아지면, 화주는 운임 하락에 대한 혜택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초대형 선박을 보유한 선사들이 화주들의 요구를 어떻게 맞출지 여부도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대목이다.
<자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한진중공업·성동조선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