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서 잡담한 죄’ 징역 10년 故김재위 전의원, 38년 만에 ‘무죄’
2013-06-06 16:01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지난 2009년 별세한 고(故) 김재위 전 의원이 38년 만에 누명을 풀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종호 부장판사)는 지난 1975년 대통령 긴급조치 1호 위반,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이 확정됐으며, 형집행정지로 곧 풀려나긴 했지만 상당기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김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는 표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하다”며 “이는 위헌·무효로 이 사건 공소사실도 범죄가 아니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38년 전 당시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1974년 5월 서울 광화문 근처 한 다방에서 지인들과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박정희 대통령과 장시간 중대한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는 대화를 했다.
이처럼 다소 추상적인 잡담은 그러나 이후락 전 중정부장이 국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취지로 확대 해석됐고, 그 결과 김 전 의원은 비상군법회의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에 달하는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와 상고는 불과 4개월 만에 모두 기각됐다.
앞서 4대 국회에서 자유당 소속으로 민의원, 6대 국회에서 민중당 전국구 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출소 뒤 이렇다 할 정계 활동을 하지 않다가 지난 2003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김 전 의원 아들인 김정탁(59) 전 한국언론학회 회장은 다른 자녀 4명과 함께 부친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며, 이번 무죄 선고로 인해 현충일을 의미있게 보내게 됐다는 후문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