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수직증축 허용에 재정비 사업 숨통… 과제는 산적

2013-06-06 13:01
강남권·분당 등 중심 리모델링 추진 이어질 듯<br/>도시·인구·교통과밀, 전세난, 기술발전 등 해결해야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공동주택 리모델링 수직 증축이 허용됨에 따라 주춤했던 주택정비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그동안 발이 묶였던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와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불확실성이 걷혀 본격 사업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맞춤형 리모델링과 중대형 주택 세대 분리 등의 대책을 선보여 리모델링을 주택정비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주택정비사업 시장을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업성이 뛰어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의 양극화 현상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토부의 안전 관리·감독과 해당 지역 인구·교통 과밀 및 전세난 해결, 건설사들의 기술 발전 등도 선결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안전성 강화… 맞춤형 리모델링도 추진

당초 정부는 리모델링 수직 증축에 대해 '절대 불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현재 골조만 남기고 다 허무는 리모델링 방식이 재건축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연한이 짧은 리모델링에 수직 증축을 허용하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노후 주택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결국 4·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직 증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준공 15년이 지났지만 재건축 연한에 미치지 못하는 아파트가 전국에 걸쳐 350만가구에 달한다"며 "앞으로 주차장 부족이나 배관·승강기 노후화 등 주민 불편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리방안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최대 2~3개 층 증축까지는 기초·벽체를 보강할 수 있어 구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다만 저층일수록 구조 안정성 확보가 불리한 점도 고려됐다. 20층짜리 아파트에 3개 층을 증축하면 하중은 15% 증가하지만 10층은 30%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축 당시의 구조도면이 없으면 건축물 상태 파악이 어렵고 완벽한 복원에 한계가 있어 수직 증축을 불허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행 리모델링 절차를 활용하거나 일부 보완해 안정성을 확실히 담보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2차 안전진단과 전문기관의 1·2차 안전성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주택형의 경우 소형은 면적을 넓히고 중대형을 가구 수를 나눠 중소형 위주 주택을 많이 짓도록 할 방침이다. 중대형으로 지을 경우 임대가 가능한 세대 분할 설계를 적용키로 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수직 증축에다 가구 수 증가 범위도 최대 15%까지 확대되면 리모델링 사업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이라고 내다봤다.

사업비를 부담할 수 없는 노후 주택의 경우 주민 부담이 가능한 범위에서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맞춤형 리모델링 방안이 추진된다. 성능 유지·향상이 목적인 '수선'과 발코니 확장·주차장 신설 등의 '대수선+확장형 개조', 전용면적과 가구수를 늘리는 '대수선+증축+가구수 증가' 방식으로 나눠진다.

◆가구수 증가 부작용·사업성 저하 등 난제도 많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리모델링 수직 증축은 추진 과정에서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우선 리모델링 시 가구 수 증가에 따른 도시·인구 과밀의 문제다. 도시 과밀의 경우 수도권 1기 신도시는 기존 계획이었던 가구당 인구 4.0명에서 현재 2.7명으로 줄어 기반시설에 대한 추가 부담은 적을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다만 교통시설 용량 부족, 일시 이주 수요에 대한 대비는 검토가 필요해 지방자치단체별로 기반시설에 대한 영향을 검토하고 과밀 여부 등을 판단토록 했다.

특별시·광역시·50만명 이상 대도시는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의무 수립해 이 같은 문제를 막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서 지자체의 기본계획의 빠른 수립이 리모델링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도 사업성 문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조치가 주택정비사업 시장을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주민들이 부담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 지가 관건이지만 시장이 침체기여서 활성화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초기 사업 추진 단지가 좋은 결과를 나타낼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심리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업성이 뛰어난 서울 강남권과 분당신도시 등은 사업이 과잉 추진되는 반면 다른 지역은 사업이 지지부진한 양극화 현상도 우려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반분양이 100가구 이상 나오는 강남권이나 분당 등은 주택 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일 수 있다"며 "기본계획의 수립 시기와 수직 증축 가능 여부, 사업성 등에 따라 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재건축·재개발 외에 또 하나의 먹거리가 늘어 사업성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주택 노후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업계에서는 리모델링도 주요 사업 분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더 비용을 절감하고 안전하게 지을 수 있도록 건설사의 기술 발전과 정부의 정책적 유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