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소통과 유연함으로 푸는 오바마식 정치
2013-06-02 18:02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최근 들어 최저치인 50% 이하로 하락했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서 지난 1월 재선 취임까지 한 오바마로서는 현 난국을 헤쳐나가지 않으면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가 처한 난관을 푸는 방식은 원칙과 소통, 그리고 유연함인 것 같다. 재선 취임식 연설에서 집권 1기 때보다 더 강하게 자신의 진보적인 색채를 드러낸 그는 동성결혼, LGBT 등 성적 소수자 권리 옹호, 중산층 이하 일반 서민 보호, 중장기적인 환경 보호 강화 등을 밀어붙일 태세였다.
이같은 오바마의 원칙들은 듣기에는 다 좋은 소리지만, 실제 현실에서 정치로 풀어갈 때는 많은 저항에 부닥치게 된다. 당사자들이 아니면 대부분 먹고 사는 문제에 집착하는 게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으며, 자녀들 교육하기도 만만치 않으면 서민들은 행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다. 다행히 경제는 오바마 집권 2기 들어 계속 개선되고 있어 서민들로부터 이 부분에서 큰 욕을 먹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오바마를 짓누르는 정치적 환경은 그가 자초한 일이 많다. 본인은 몰랐다고 하지만, IRS의 티파티 등 보수단체와 개인 표적 조사, 법무부의 AP통신 통화기록 압수,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테러 사건 보고서 조작 등의 추문은 그가 나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야당인 공화당의 정치적 공세와 지지도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오바마는 FBI 국장에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제임스 코미(52)를 지명할 예정이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 상원 인준과정에서 필러버스터까지 겪었던 때를 기억해보면 완전 달라진 상황이다. 또한 부시 전 대통령 사람이었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을 자신의 첫 국방장관으로 유임시킨 일도 같은 맥락이다.
오바마가 그토록 원했던 총기규제 법안은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오바마케어는 그 옳은 명분(전국민 의료보험)에도 여전히 과반수 국민이 싫어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못다 푼 숙제에 집착하지 않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학생 같은 유연함이 그에게 있다.
오바마 민주당 정권이 가장 싫어할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도 비교되는 현 상황은 그에게는 굴욕이다. 오죽하면 “짐 싸서 집에 가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말을 진담처럼 했을까.
닉슨의 워터게이트에 빗댄 ‘오바마게이트’란 말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현 오바마 정부는 지지율을 하락시킨 3대 악재(IRS 보수단체 세무감사, AP통신 통화내역 압수, 벵가지 보고서 조작 의혹)를 결국 풀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원칙과 소신을 분명히 밝혔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에 봉착한 오바마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그의 리더십은 소통의 정치라고들 여겨진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끌어안아 자기편으로 만들었으며, 공화당 의원들과 저녁밥을 먹으며 연방정부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 협상을 벌였던 행동은 높이 살만하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열망으로 당선됐지만, 여전히 불통의 정치를 한다는 말이 들린다. 아무리 바른 생각과 원칙이라도 이를 국민들에게 설득하지 못하면 정치는 낙제 점수를 받게 된다. 이명박(4대강 사업), 노무현(진보주의 정책들) 전 대통령 등 전임자들도 이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오바마가 처한 난관을 어떻게 풀지를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