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해법 놓고 ‘동상이몽’
2013-05-29 18:41
남과 북의 팽팽한 신경전
아주경제 오세중 기자=개성공단 해법을 놓고 남과 북이 날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양쪽 다 조속히 개성공단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로 다른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기싸움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 반응에 비난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지난 2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공업지구 기업가들의 방문을 이미 승인한 상태이며, 그들이 들어오면 제품 반출 문제를 포함하여 공업지구 정상화와 관련한 어떠한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30일 방북을 요청한 것을 염두에 두고 다시 민간차원에서의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남북간 실무회담 수용이 우선임을 거듭 분명히 했다. 사실상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제의에 대해 "밤에 길을 갈 때 가로등이 설치된 대로와 울퉁불퉁한 길 중에 보행하기 좋은 길을 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면서 "북한이 당국간 대화라는 합리적인 길을 외면하고 다른 길로 가겠다는 것이 여러 의구심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이날 한반도경제포럼 조찬 강연에서 "북한은 과거에 늘 봐왔던 대로 관(官)과 민(民)을 분리시키고 스멀스멀 들어와서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 자기 나름대로 무슨 전술이니 해서 하는 방식에 우리가 끌려들어갈 생각은 없다. 그렇게 수를 쓰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민간차원 대화 제의에 여야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의 유일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이 우리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를 '생떼쓰기'로 치부하고 지속적으로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서도 뒤로는 민간단체를 통한 개성공단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마디로 어불성설로, 대화 제의 의도가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이 지적했듯이 "정부의 선택을 놓고 한국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게 해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향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라는 해석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30일로 예정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 승인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이번 방북이 무산되면 거리시위라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해법을 위해 남과 북이 다른 접근법을 내세우고, 여야도 북한의 대화 손짓에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단 정상화의 길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