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학회서 '국민행복기금' 비판…빈기범 명지대 교수
2013-05-29 15:08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채무자의 빚을 조정해 자활을 돕도록 하는 국민행복기금이 금융소비자보호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봄 정책심포지엄’에서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국민행복기금은 서민을 돕는 정책이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거나 감독기능을 상당히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복기금이 서민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금융기관을 희생시키고 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빈 교수는 앞서 금융소비자에 대해 개인과 기업 뿐만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 보험 및 카드사 등 금융기관도 증권발행자나 자본 수요자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약자 구제 측면에서 금융소비자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공정한 가격에 거래가 적정하게 이루어지는 양질의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게 금융소비자 보호지, 금융기관이 희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전성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함께 가는 것이야말로 금융산업의 발전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빈 교수는 “현재 한국 금융감독체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양상”이라며 “금융정책과 감독의 혼재로 여전히 정책이슈인 창조금융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금융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1차적 부가가치 창출이며 근원적 역할”이라면서 “하지만 정책담당자들은 금융기관들의 대출 및 투자활성화에 따른 높은 수익 창출 등 2차적 기능을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사례로 그는 투자은행 육성방안을 들었다.
빈 교수는 “투자은행의 성장은 시장의 영역”이라며 “2차적 기능에 대한 고려가 금융정책이라면 정부의 금융정책 기능이 과연 필요하고 타당한지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금융정책이 금융감독이나 금융소비자 보호를 희생시킨다면 그 금융정책은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금융감독당국의 금융정책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밖에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조속한 금융소비자보호법제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사전적 규제로 불완전 판매 방지, 경쟁 촉진 통한 시장구조 개선 및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 개인정보 보호 등을 꼽았다.
사후적 규제의 경우 김 교수는 금융상품 운영 등 사회관리 규제, 금융거래 안전성 확보와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 구제, 공적 금융교육 제공 등 사후적 지원도 함께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