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도 기업이 무너지는 이유?

2013-05-21 21:36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승자독식의 시대. 그러나 영원한 일등은 없다. 시장 선도기업이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LG경제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선도기업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그 원인에 대해 △리더의 확증 편향의 오류 △수익 창출에 집착 △안정유지 편향 △과거의 향수 등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츈 아메리카 500'으로 1990년도에 선정된 기업 중 2010년까지 500대 기업에 머문 기업은 약 24%로 나타났으며, 1990년 상위 100위권 기업 중 2010년에도 지위를 유지한 기업은 29%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도 유사해 1990년 국내 100대 기업 중 2010년까지 순위 내에 살아남은 기업은 30%에 지나지 않았다.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들 역시 경쟁우위를 잃고 쇠퇴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선도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주요 원인을 분석했다. 우선 선도기업의 경영자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성공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러한 성공 방정식을 맹목적으로 중시하고, 다른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확증 편향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것이다. 리더가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에 매몰되면 바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시장, 고객, 직원 등 모든 환경이 바뀌고 그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때문이다.

미국 비즈니스 월간지 포트폴리오닷컴은 2009년 미국 역사상 최고 경영자로 생산 표준화와 이동 조립법을 도입한 ‘포드 시스템’으로 경영 합리화와 대량생산방식을 이뤄낸 헨리 포드를 선정했다. 1908년 처음 등장한 포드의 T모델은 20년간 총 1500만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링 자동차였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미국 전역에 자동차를 보편화해서 사람들의 공간적 제약에서 해방시키겠다는 고객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점차로 그의 관심은 ‘고객 행복 만들기’에서 ‘T모델 만들기’로 바뀌었다.

그런데 19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고객의 취향이 점차적으로 바뀌는 모습이 나타났다. 자동차가 신분의 상징이 되면서, 고객들은 핵심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종과 색상 등 부가기능을 중시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모양과 색상의 차를 만들어내는 포드사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포드사의 경영진들 역시 이러한 현상에 고민하기 시작했고 회사가 뭔가 변화해야 한다고 느꼈다. 경영진 중에 한 명은 포드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우리 경영진들은 시장에서 포드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충만했던 자신감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팔고 있는 모든 신차들을 보면, 그들은 더 강해지고 우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은 마치 과거 우리가 최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하면서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빠르게 우리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손에 있던 것들이 하나 둘 없어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지만, 회사의 중요한 자리에 계신 분이 그 문제를 해결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포드는 움쩍도 하지 않았고, 그는 해고당했다. 포드는 결국 자동차 업계의 왕좌를 GM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수익을 탐하다 경영의 본질을 잃게 되면서 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경쟁력의 원천인 ‘고객이 인정하는 차별적 가치 창출’을 잊어버리거나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풍요가 혁신의 열망을 저하시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기업의 성과가 높아지고 활용 자원이 풍부해지면 경영진은 태만해질 수 있다.

과거의 향수도 마찬가지다. 현재보다 한 단계 도약해 새로운 성과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있지만 기존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집착하고 실패를 두려워해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실행 노력을 게을리 하다 도태되는 경우가 생긴다.

보고서는 이밖에도 조직의 규모가 커져 복잡성이 심해지고 융통성이 없어지는 대기업병과 차세대 혁신 기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선도기업의 딜레마 등이 위기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