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초대 사장 이지송 퇴임 “국가·국민이 준 소임 다했다”
2013-05-14 10:48
“부채 문제 등 힘들었지만 경영정상화 기틀”<br/>부채관리 당부, 한양대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
이지송 LH 사장. |
LH는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이지송 사장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14일 오후 3시 퇴임식을 연다고 이날 밝혔다.
이 사장은 퇴임사에서 “부채, 자금상황, 414개의 사업, 구조조정 압박 등 곳곳에 쌓여있는 난에로 숱한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며 “매일 매일이 부채와의 전쟁이었고 생존과의 싸움이었다”고 취임 초기 당시를 술회했다.
하지만 그는 “LH 한계와 위기를 극복하고 반듯하게 세우는 것이 마지막 사명이라 생각했다“며 ”변화와 개혁으로 통합공사의 토대와 기틀을 세우고 경영정상화의 초석을 닦은 것으로 국가와 국민이 준 소임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재임 기간 동안 조직 융화활동 및 미션·비전을 공유하고 사규·급여 제도 등을 통합하는 등 LH 조직안정 및 통합에 힘썼다.
재무구조 개선에도 노력해 LH 금융 부채 증가속도는 2009년 20조원에서 2011~2012년 6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당기 순이익은 2010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7000억원 늘었다.
이와 함께 실버사원 7000명, 신입사원 500명, 청년인턴 1600명 등 총 91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마지막으로 “부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가장 절실해 부채관리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출신·직종·세대간 갈등도 모두 털어내 하나가 되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이 사장은 퇴임 후 모교인 한양대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쓸 계획이다.
다음은 퇴임사 전문이다.
언젠가 오늘 이 시간이 오리라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단상에 서서 여러분 얼굴을 보니까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LH 임직원 여러분!
오늘 저는, 통합공사 LH 초대사장으로서의 소임을 모두 마치고 LH와 여러분의 곁을 떠나려고 합니다.
2009년 늦여름 첫 인사를 나눈 뒤 2013년 여름의 문턱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꽃이 피면 언젠가 지듯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게 마련이지만, 막상 작별인사를 고하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돌이켜보면, 출범 당시만 해도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산더미 같은 부채, 채권 한 장 발행할 수 없는 자금상황, 재무여력을 초과하는 414개의 사업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의 압력, 그리고 양 기관을 통합하여 하나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까지 곳곳에 쌓여있는 난제와 회사 걱정에 숱한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습니다.
매일 매일이 부채와의 전쟁이었고, 생존과의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LH의 태생적 한계와 위기를 극복해 내라고 저를 보낸 것이고 <LH를 반듯하게 바로 세우는 것>이 제게 주어진 마지막 召命이라 생각했습니다.
출범 이후 여러분과 함께 걸어온 길은, 역경을 뚫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온 <변화와 개혁의 날들>이자 시련의 순간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도전과 개척의 여정>이었습니다.
지난 3년 8개월 동안 우리는, ‘有志竟成’의 일관된 경영철학과 <LH 경영정상화 6단계 전략>의 경영좌표를 따라 오직 <경영정상화>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달려왔습니다.
무엇보다도, 단 한사람의 낙오도 없이 통합의 큰 산을 넘었습니다.
저는 그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해도 고용안정만은 꼭 지키겠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취임사를 통하여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절대 집에 보내지 않겠다.”고 여러분에게 굳게 다짐 드렸고, 결국 그 약속을 지키게 되어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또한, 노사가 하나로 힘을 모아 유동성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였고, 경영전반에 걸친 강력한 쇄신을 단행하여 새로운 LH의 경영기틀도 확립하였습니다.
400여 개의 사업을 재무역량 범위 내로 조정하여 안정적 사업추진의 토대를 구축하였고,
두 차례에 걸친 <LH 공사법> 개정과 <정부지원>도 이끌어 내어 미래 LH의 지속성장 기반도 마련하였습니다.
그 끝에, 경영정상화 4단계 까지 마무리됐고 현재 추진 중인 <임대주택 부채문제 해결>과 <LH의 미래 청사진 제시>까지 완성되면 경영정상화의 대장정도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사명만 빼고 다 바꾸겠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안에서 찾겠다!
판매만이 살 길이다!
그리고 위기 속에서 길을 찾겠다!는 각오와 의지로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흘린 땀방울은 이제 하나둘 경영의 결실로 맺어지고 있습니다.
부채증가 속도는 서서히 둔화되고 있고 선순환 사업구조도 차츰 확립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등 출범 이후 최고의 경영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흔적도 남겼습니다.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무려 9,100개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기업 최초의 4년제 사내대학인 <LH 토지주택대학교>도 설립하였습니다.
수요와 경제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공공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先이주-後개발의 원칙아래 이주 산단을 조성하여 국민중심의 개발체계를 확립한 일 또한 LH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7천여 임직원 여러분께서 함께 고생하고 희생하여 일군 소중한 성과입니다.
오늘의 LH가 있기까지 부족한 사장을 한결같이 믿고 따라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언제나 저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 양 노조에게도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소신과 신념에 따라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지만,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는 일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원 여러분에게 마음의 큰 빚을 졌습니다.
험난했던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휴일과 주말도 포기한 채 과로와 격무에 시달리고, 임금반납과 충분치 못한 복지후생 등
누구보다 여러분이 가장 힘들고 고단했으리란 것을 사장인 제가 왜 몰랐겠습니까?
하지만 회사부터 살려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미처 여러분의 아픔까지 세심하게 보듬어주지 못했음을 너무나도 미안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분을 승진시켜드리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일도 많이 시키고, 싫은 소리도 참 많이 했습니다.
혹여라도, 제가 무심코 던진 말에 마음이 아팠거나 상처 입은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며 용서를 구합니다.
보람도 기쁨도, 아쉬움도 미련도, 그리고 저 이지송이라는 사람도, 이제는 모두 LH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내일 새로운 LH를 이야기할 때입니다.
저는 감히, 통합공사의 토대와 기틀을 세우고 <LH 경영정상화의 초석>을 닦아놓은 것으로 초대사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정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향해 더 크게 도약하는 일은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러나 저는, LH의 미래를 크게 걱정하거나 염려하지는 않습니다.
오늘의 LH를 만든 여러분의 저력이라면 앞으로 어떤 난관이 닥치더라도 거뜬하게 헤쳐 나가리라 믿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사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LH는 크고 깊은 강물처럼 長久하게 그리고 흔들림 없이 흘러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가장 절실합니다.
부채해결 없이는 LH의 미래도 없다는 결연하고도 절박한 마음으로
부채관리 방안 마련에 더욱 최선을 다해 주십사 당부 드립니다.
또 하나는, 하루빨리 LH의 이름 아래 <진정한 하나>가 되어달라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출신·직종·세대간 갈등을 모두 털어내야
비로소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는 LH로 50년, 100년 우직하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제가 사장으로서 드리는 마지막 부탁입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LH 임직원 여러분!
저는 이제 그동안 입고 있던 LH 사장이라는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자연인 이지송’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잠시 미루어 두었던 ‘후학양성’의 꿈을 위해 학교로 돌아가려 합니다.
틈나는 대로, 제 아내의 평생소원인 만리장성도 구경하고 손녀딸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도 갈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많았던 제게 LH 초대사장이라는 옷은 너무 과분했고 때로는 너무나 버겁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50년 건설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옷이었습니다.
1300여 일 어느 하루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그 또한 <행복한 가시밭길>이었습니다.
LH사장으로 보낸 지난 3년 8개월, 저는 LH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쳤습니다.
정말 여한 없이 일했고, 후회 없이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LH를 사랑했습니다.
LH와의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면서 언제, 어느 곳에 있건 여러분의 영원한 선배이자 <영원한 LH인>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가끔 제 생각이 나거든 언제라도 연락을 주십시오.
편하게 만나 막걸리 잔이라도 기울이면서 오늘 못 다한 이야기를 함께 나눕시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LH의 영원하고도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