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배이야기> “석유개발자들을 위한 바다위 7성급 호텔”
2013-05-14 11:16
해상숙박선, 오지·극지방 시추선·FPSO 근무자 위한 시설<br/>각종 편의시설 제공, 원양개발 늘어 수요도 무궁무진
원양에서 원유 시추를 하고 있는 해양 플랜트에 해상숙박선이 연결된 모습 |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망망대해에서 짧게는 수개월, 길면 수년을 넘게 일해야 하는 원유개발 탐사 시설 근무자들에게 있어 가족을 못 만나는 것 만큼 가장 힘든 점은 바로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줄 개인적인 공간이다.
반잠수식 시추선이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드릴십 등도 최근 근무 인원의 편의를 위해 인테리어를 고급화하고 운동·레저 시설 등을 구비하는 등 배려를 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원유·가스 등의 천연자원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인지라 공간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이로 인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생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신개념 선박이 있었으니 바로 ‘해상숙박선’(Accommodation Vessel)이다.
해상숙박선은 다른 말로 ‘바다 위 호텔’로 불린다. 말 그대로 시추선이나 FPSO 등 자원개발을 위해 바다 위에 설치한 해양 플랜트 종사자들이 작업 기간 동안 먹고 자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호텔을 배로 구현한 것이다. 선체 내에는 고급 크루즈선에 버금가는 인테리어에 넓은 공간의 숙박시설이 수백여개 들어 있어 있으며, 극장과 체육시설, 사우나, 강당, 수영장 등 여가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부대시설도 설치됐다.
현대중공업이 노르웨잉 에다로부터 수주해 국내 최초로 건조하는 '해상숙박선' 조감도 |
에다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해상숙박선은 노르웨이의 선박 설계회사인 솔트 십 디자인이 디자인한 선박으로, 총 길이 약 155m에 800여명의 근로자가 동시에 생활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이는 이 회사가 기 보유하고 있는 ‘에다 피데스’(EDDA Fides, 길이 130m, 600명 수용 가능)에 비해 큰 선박이 될 전망이다.
또한 선체 상부에는 접었다 펼 수 있는 55.5m 길이의 철제 통로가 설치돼 있는데, 이 통로를 시추선 또는 FPSO와 연결하면 근로자들은 플랜트와 숙소를 걸어서 오갈 수 있다. 헬리콥터를 이용해 오가는 데에 비하면 시간과 비용의 대폭적인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갑판에는 2000㎡ 규모의 화물 적재함이 마련돼 작업자들에게 제공될 대량의 물자를 저장할 수 있으며, 12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 및 두 대의 보조 크레인도 함께 설치돼 화물의 빠른 적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해상숙박선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혹독한 해상환경에서도 작업자들이 안락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위치제어시스템과 전후좌우 어느쪽으로 파도가 쳐도 선박의 자세를 정확히 잡아주고 전후좌우 이동도 쉽게 해주는 ‘쓰러스터’등도 설치된다. 위치제어시스템과 쓰러스터는 드릴십과 셔틀탱커 등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구조물에만 적용되는데, 그만큼 숙박지원선의 건조단가도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이 선박은 자체추진력을 지녀 유전지대간 이동이 용이하고 수명이 30년에 달하도록 건조될 예정이다.
노르웨이 에바 직원들이 미국에서 열린 OTC 박람회에서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해상숙박선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
에다 등 특수선 선사들이 해상숙박선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심해저 유전 개발이 늘어나면서 근로자들을 위한 숙박 서비스 문제가 전문 인력 확보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숙박 지원선을 활용해 본 메이저 자원개발 업체들이 근로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는 한편 비용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015년 6월에 이 선박을 발주처에 인도할 계획인데, 현재의 분위기로는 옵션 1척의 추가 수주 및 향후 새로운 물량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자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한진중공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