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대출 금융위기 전 보다 증가

2013-05-09 17:00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은행권의 부실대출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건설업과 조선업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부실채권이 급증했던 2010년의 사례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18개 국내은행의 평균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3%로 2007년 0.72%에 비해 0.61%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은행의 총 여신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즉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점 높아지기 시작한 부실채권비율은 2010년 말 2%에 육박했다.

당시 7개 시중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우리은행이 3.34%로 가장 높았으며 국민은행(1.79%), 하나은행(1.5%), 한국씨티은행(1.36%), 외환은행(1.34%), 신한은행(1.31%),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1.01%)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의 부실 규모가 커지고, 조선업 경기가 침체되면서 2010년 말 부실채권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011년 1.36%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탔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6년간 부실채권비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우리은행(1.03%포인트)으로 유일하게 1%포인트 이상 올랐다.

나머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비율 상승률은 국민은행(0.62%포인트), 외환은행(0.56%포인트), 씨티은행(0.47%포인트), 신한은행(0.35%포인트), 하나은행(0.31%포인트), SC은행(0.02%포인트) 순으로 높았다.

지난해까지 안정세를 되찾는 듯 보였던 부실채권비율은 올 3월 말 지난해 12월 보다 0.13%포인트 높은 1.46%로 다시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기업 16조6000억원, 가계 3조6000억원, 신용카드 3000억원 등 총 20조5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조원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10년과 마찬가지로 부실채권 증가의 원인이 건설업과 조선업 등 경기민감업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기업 구조조정 관련 신규 부실 채권 발생으로 지난해 말 1.66% 보다 0.13%포인트 상승한 1.79%를 기록했다.

신규 부실은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STX건설, 썬스타 등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과 엔저 지속, 내수경기 부진으로 기업 및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돼 향후 부실채권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조선업, 건설업 등 경기민감업종과 가계 및 개인사업자 여신 등 취약 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엄격한 자산건전성 분류를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