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상최대 50조대 투자?…재계 총수들 창조경제 실현에 투자·채용 집중

2013-05-09 17:27

아주경제 이재호·정치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한 대기업 총수들이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2분기의 절반가량이 지난 상황에서 올해 안으로 대규모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연초에 밝힌 투자계획은 충실히 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투자계획 수립이 시작되는 하반기 이후에는 공격적인 투자 확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이 창조경제 어젠다를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한 만큼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업계획이나 관련 인원 확충 계획 등은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투자 집행률 높아질 듯…일부 사업 조기 시행

9일 재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미국 회동이 경기침체 극복과 창조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대규모 추가 투자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5월로 접어들면서 올해도 이미 3분의 1 이상이 지난 데다 연초에 발표됐던 투자계획이 순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가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집행률은 예년에 비해 높아질 수 있다. 그동안은 대기업들이 연초에 발표했던 투자계획과 연말에 집계되는 실제 투자 집행률 간에 10~20%가량의 격차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대기업 총수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 같은 현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이유로 보류됐던 투자계획이 앞당겨져 실행될 수도 있다. 삼성의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투자가 조기에 집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중단됐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반도체 생산라인(17라인) 건설 작업이 이건희 회장이 해외 체류를 끝내고 귀국한 직후인 지난달부터 재개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탕정사업장에서도 OLED 패널 생산라인 증설 작업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수 있다. 최근까지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모바일용 OLED 패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박 대통령의 투자 확대 요청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투자계획 수립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투자 규모를 50조원 이상으로 늘릴지 여부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창조경제 프로젝트를 만들 예정이다"라며 "기존 투자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뤄두고 있었던 사업들을 조기에 시작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와 SK, LG 등도 기존에 발표했던 투자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지금은 어렵겠지만 내년 이후부터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경제 신사업 봇물 예상

향후 대기업들의 신사업 추진 및 인재 채용은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 8일 박 대통령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자동차산업이 창조경제 실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친환경차 관련 연구개발(R&D)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량의 1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투자액 중 40%가량인 7조원을 미래차·고효율 신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배터리 및 제어기술 개발 등에 투자키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관심이 큰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2015년 양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국내는 물론 유럽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e헬스케어·스마트카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다른 산업 간의 융합분야에 2015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앞으로 3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자해 ICT산업 전체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창조경제 관련 인재들의 채용 확대 기조도 확산될 전망이다.

삼성은 올해 처음으로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육성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전형을 도입했다. 올해 채용 인원은 200명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1000명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LG도 창조경제를 이끌 이공계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용 확대를 주문하자 구본무 LG 회장은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을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도 기업들이 나서서 이공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LG는 최근 서울 도곡동에 대규모 R&D센터를 구축키로 하는 등 창조경제에 기여할 인재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앞으로 수년간 기업들의 투자와 인재 채용 방침은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쪽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기업 스스로 창조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