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위기경영철학…‘뭉치면 산다·완벽주의’
2013-05-09 15:18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최근 기업 경영진이 ‘뭉치면 산다’ ‘완벽주의’에 입각한 임직원의 사고전환을 요구하는 경영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한시적 위기대응보다 근본적 체질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 위기경영철학 속에는 구성원의 결속과 완벽주의를 강조하는 몇가지 공통적 특징이 드러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동심동덕(한마음 한 뜻)’의 구성원 단결력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장은 “어려운 환경일수록 모든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전진해 나가야 한다”며 “고대 페르시아 전쟁에서 겨우 수 백명의 스파르타 군대가 수십만의 페르시아 군대에 맞선 것은 강한 정신력과 단결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 역시 동료애를 중시한다. 이를 위해 ‘성공퍼즐’이란 철학을 제시했다. 코오롱의 성공에 없어서는 안 될 한 조각이 임직원 개개인이라는 의미다. 이웅열 회장은 “내 퍼즐 조각에 대한 고민으로 변화하고, 네가 없으면 퍼즐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뜨거운 동료애로 하나 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100-1=0’이라는 ‘깨진 유리창 법칙’처럼 완벽주의도 부각된다. LG화학 박진수 사장은 최근 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안전사고와 윤리경영과 관련 “100에서 1을 빼면 99가 아닌 0”이라며 “안전환경이라는 1, 공정거래라는 1, 동반성장이라는 1 중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 달성한 성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100-1=0’의 수학식은 때로는 하나가 전부일 수도 있으며, 사소해 보이는 하나가 매우 중요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성공퍼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성공퍼즐 배지엔 ‘12438-1=0’이라는 수학식이 새겨져 있다. 12438은 전체 임직원의 숫자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이처럼 위기경영철학을 앞세우는 것은 안팎의 경제위기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시적 위기대응을 넘어 상시적 위기관리 역량을 키움으로써 장기불황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코코넛형 위기에 대비해 탄탄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시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코코넛처럼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상황변화도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침체 회복이 지연되면서 기업은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어떠한 외부환경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CEO가 조직 체질개선과 구성원의 사고 전환에 힘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