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불공정거래로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의 사실상 2대 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이번 사태로 향후 남양유업 지분을 팔거나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남양유업 지분 5.02%(3만6137주)를 보유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21.56%)와 퍼스트이글오버시즈펀드(5.65%), 아카시아파트너(5.58%)에 이어 넷째로 많은 규모다.

다만 아카시아파트너와 퍼스트이글오버시즈펀드는 외국계 장기투자자로 경영권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아카시아파트너가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4만9472주는 모두 우선주로 의결권이 없다. 퍼스트이글오버시즈 지분에도 우선주가 섞여 있다.

반면 국민연금 소유 지분은 모두 보통주로 주주 총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결권을 갖고 있다. 오너 일가에 이어 사실상 회사 경영권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남양유업이 불공정거래기업의 대명사로 떠오르자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의 불공정거래 문제에 대해 투자 전 미리 알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경영진의 독단적 운영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국민연금이 남양유업 경영권에 관여할 지 말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지침' 등 원칙에 따라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남양유업 실적이 이번 사태로 인해 악화되고,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지분을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이번에 문제가 된 대리점에 대한 물량 떠넘기기뿐 아니라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해 열린 남양유업 이사회 안건을 보면 남양유업은 오너의 개인 회사나 마찬가지인 자회사 금양흥업에 60억원을 지원했다. 금양흥업이 서울 논현동에 짓고 있는 건물의 신축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남양유업은 또 홍원식 회장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서울광고에 75억원의 방송광고료 지급 보증도 결정했다. 서울광고는 회사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남양유업과의 거래에서 얻어 재벌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꼽혀왔다.

남양유업 자회사 금양흥업이 서울 논현동 도산사거리 인근에 짓고 있는 신축 빌딩 공사 현장. 남양유업은 작년 금양흥업에 건물 신축 비용으로 60억원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