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기고문] 우리 경제가 ‘엄마’라고 외칩니다
2013-05-08 10:47
다음은 기고문 전문.
최근 ‘엄마’를 소재로 만든 광고 두어 편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이들은 넘어져 다쳐도, 음식을 옷에 엎질러도, 배가 고파도 무조건 “엄마”라고 외친다는 내용입니다. 엄마를 부르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아프면 간병인이 되고, 가족이 배가 고프면 요리사가 되고, 아이가 학원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가 됩니다. 엄마의 가정내 역할을 직업으로 치면 아마 10여 가지를 웃돌 것입니다.
가정에서만 여성이 해결사인 것이 아닙니다.
인구구조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학자들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가 많고 비경제활동인구(유년+노년)가 적을수록 경제성장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를 ‘인구 보너스’ 혹은 ‘인구배당’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이 최선으로 꼽는 정책 대안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출산율을 단기간에 높일 방법은 없고, 노동력 수입을 대폭 늘리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낳고,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세대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성인력 활용이야말로 ‘늙어가는 거시경제’에 제동을 거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고,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인 셈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는 현대 경제의 발전이 이기심을 뜻하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뿐 아니라 여성의 이타적인 돌봄을 뜻하는 ‘보이지 않는 가슴(Invisible Heart)’에도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7%(여성가족부 자료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불과한데, 국민소득이 3만~4만 달러 되는 나라들은 60~70%에 이르는 것만 봐도 여성 활용이 경제성장의 필수요인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UN이나 IMD 조사에서도 남녀평등지수가 높은 기업이 경쟁력이 높고,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나라가 국가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정에서 슈퍼우먼 역할을 맡다보니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힘들고, 임신과 출산은 곧잘 사표로 이어지고, 한번 경력이 단절되면 취업이 쉽지 않고, 남녀 임금 격차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여성경제활동 확대와 양성평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여성 활용 없이는 고용률 70% 달성, 중산층 복원 및 경제부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장기간 정체상태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과 진검승부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 정부는 지난 3월 박근혜 정부의 ‘201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임신기간중 여성근로자 근무시간 단축제, 남성에게도 출산휴가를 주는 ‘아빠의 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도 많이 늘립니다. 보육을 사회화 하기 위한 예산도 크게 늘렸습니다. 또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공공부문이 먼저 극복하고자 공공기관에 여성관리자 목표제를 도입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정부의 이런 노력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남녀 가사분담, 기업의 가족친화경영, 양성평등 문화의 확산 등일 것입니다.
올해 가정의 달에는 “지금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남성일지 모르지만 향후 우리경제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여성을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해봅니다.
이제 우리경제가 “엄마”라고 외쳐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