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 상장사 주가도 부실해

2013-05-06 16:20
남양유업 물량 떠넘기기 의혹에 주가 급락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기업의 도덕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도덕성이 낮은 기업은 투자자의 외면을 받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양유업 주가는 이날 2.02%(2만3000원) 떨어진 111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일 검찰이 본사를 압수수색한 이후 사흘 연속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남양유업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대리점에 대한 물량 떠넘기기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는 녹취록까지 공개되며 남양유업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나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남양유업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황제주'로 불리는 알짜 종목이었다. 지난해 9월 19일 처음으로 주당 100만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지난달 30일에는 116만5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탄탄한 실적은 남양유업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남양유업 매출은 지난 2008년 8833억원에서 지난해 1조3403억원으로 52%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0년 696억원에서 작년에 474억원으로 줄었지만 이는 전남 나주에 연산 7200 t 규모의 커피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800억원을 투입했기 때문이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도 주가 상승 덕을 톡톡히 봤다. 홍 회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자기 회사 주식 5931주를 장내 매도해 약 60억원을 손에 쥐었다. 주식 매각 직전 이뤄진 배당으로 2억원 가까운 현금도 받았다.

최대주주와는 다르게 남양유업의 성장성 만을 보고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됐다. 경쟁업체인 동서와 매일유업은 되레 주가가 뛰면서 반사이익을 보기도 했다.

회사 오너나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가 주가에 악영향를 끼친 사례는 남양유업뿐이 아니다. 올해 들어 임직원의 횡령이나 배임 발생을 공시한 회사는 유가증권시장 삼환기업과 한일이화, 코스닥시장 에스비엠, 엔터기술을 합해 모두 4곳이다. 이 가운데 삼환기업은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돼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이며 엔터기술은 지난달 상장 폐지됐다.

한일이화도 유양석 대표가 배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면서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으나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경영투명성 개선 계획을 수립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기업의 상장 폐지 결정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 만큼 경영의 투명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기술력 등을 갖춘 회사라도 오너의 횡령·배임 등으로 쉽게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