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주가조작 근절을 주문한 지 한 달 만에 금융위원회가 종합대책을 내놨다. 검찰·금융감독원이 함께 참여하는 증시 불공정거래 전담부서가 생길 뿐 아니라 금감원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도 부여된다.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불공정거래 감소를 기대하며 이번 조치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인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게 나온다. 법 개정을 비롯한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금융위는 18일 법무부·국세청·금감원·한국거래소 합동으로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주가조작 적발에서 처벌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 걸쳐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먼저 불공정거래를 전담할 조사부서가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조사가 가능한 인원으로 금융위 안에 꾸려진다. 여기에는 특별사법경찰권을 가진 금감원 직원, 금융범죄 전문 검찰 수사관도 합류한다.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하는 절차도 손을 댔다. 불공정거래 분류는 먼저 규모나 방법,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해 긴급사건, 중대사건, 중요사건, 일반사건으로 나뉘게 된다.

긴급·중대사건은 검찰에 설치할 증권범죄 정부합동조사단에서 즉시 수사에 돌입해 3개월 안에 사건을 처리한다. 이에 비해 지금까지는 거래소와 금융위, 금감원 조사를 거쳐야만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수 있어 사건 해결에 길게는 수년이 걸렸다.

주가조작 관련 처벌이나 사후관리에 대해서도 정비가 이뤄졌다. 불공정거래로 인한 부당이득은 2배 이상으로 환수한다. 피해를 입은 일반 투자자를 위한 소송지원센터도 거래소 안에 만들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지원한다.

불공정거래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은 20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형사처벌 대상인 불공정거래 행위보다 정도가 약한 '신종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이 신설된다.

정부부처 간 공조 역시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징금 징수율 제고를 위해 자본시장법에 국세청에 대한 국세과세정보요구권을 신설한다"며 "국세청에는 불공정거래 자료를 제공해 탈루를 방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관련기관 간 공조체제 구축을 위해 민관합동정책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불공정거래 감시를 위한 사이버시장 감시 인프라 구축, 피해 입은 투자자를 구제할 소송지원센터 신설도 병행된다"고 전했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주가조작은 반드시 적발되고 처벌된다는 시장규율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조치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데 비해 증권업계에서는 정작 실행 단계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가조작 수사를 강화하더라도 법원에서 혐의를 입증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조작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수사나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주가조작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조작 의심종목에 대한 매매거래 정지기간 확대나 계좌동결을 비롯한 제도개선이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