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사이클' 상품중개사, 10년간 280조 벌었다

2013-04-15 18:09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전 세계 주요 상품 중개업체들이 지난 10년간 2500억 달러(약 280조원) 이상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등 신흥국이 급속도로 산업화하면서 원자재 등 거래가 늘어 큰 수혜를 입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회계 자료를 통해 추산한 결과 지난 2003년 이후 미쓰비시·글렌코어·카길·미쓰이·비톨 등 주요 원자재 거래상의 순익은 총 2436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월가 대표 은행인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이 벌어들인 2255억 달러를 넘는다. 또한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제네럴 일렉트릭의 수입도 능가했다.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 폴크스바겐 포드 BMW 르노의 합친 수익인 2353억 달러 보다 많다. 글렌코어 노블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해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상품중개사들은 광물 농산물 자원 등을 개발 생산 유통하는 업체다. 대표적으로 광물에 글렌코어, 농산물에 카길, 석유의 비톨 등이 있다.

일부 기업들이 금융 정보를 공개했지만 대부분 비공개 회사들은 수익 등 회계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거래 투명성과 함께 규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이들 업체의 순익 성장 속도 역시 느려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20개 상품중개사기 지난 5년간 같은 수준인 335억 달러를 벌어들었다. 비톨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보다 절반 이상 하락한 22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카길의 순익도 5년 동안 3분의 1로 감소했다.

원자재 시장이 투명성을 요구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거래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이 2000년대에는 50~60%에 달했지만 현재 20~30%로 하락했다. 지난 2000년대 글렌코어의 자기자본이익률은 61%였으나 지난해 9.7%에 그쳤다.

석유트레이더인 군보르의 트로비요른 티요른비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원자재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업체들은 더이상 예전 같은 이익률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