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존 케리 방중…북핵 둘러싼 미·중 빅딜협상 신호탄
2013-04-14 15:40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13일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의 지도자들과 합의한 것은 "북핵문제를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며, 양국간의 고위급 대화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양국이 공동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양국의 북핵문제 관련 해법이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북핵을 둘러싼 두 강대국이 빅딜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신호탄으로도 분석된다.
우선 케리 국무장관은 북핵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압박을 재차 주문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효과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지난 4년간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핵 해결을 강조했지만 그 사이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로 대응했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요인으로 전쟁을 일으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에게 북한을 압박할 것을 촉구해왔다. 북한에 막대한 경제원조를 해주고 있는 중국이야말로 북한을 억제할 능력이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케리 국무장관에게 "한반도 문제는 모든 당사국들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6자회담 개최를 재차 강조했다. 이는 미국측에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이다. 이는 중국이 혼자 움직여서는 안되며 주변국들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며, 미국이 중국에게 일종의 메리트를 줘야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6자회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6자회담에 참여할 뜻을 비친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번 방중에서 케리 국무장관은 "만일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고 위협이 해소된다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력 축소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은 물론, 한반도 통일 이후 주한미군이 잔류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이 발언은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시킨다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는 식의 해석도 가능하다. 또한 이는 미국이 향후 동북아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인정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중국으로서는 귀가 솔깃할 수 있는 제안이다.
이같은 배경으로 볼 때, 양국이 공동해결을 합의한 만큼 이를 둘러싼 모종의 협의가 진행중이며,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뤄가고 있을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미국이 참여한 가운데 중국이 주도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이번 케리 방중으로 본 양국간 북핵해결의 골자인 셈이다. 우선 미국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중국에 메리트를 주고, 중국의 적극적인 북한압박을 유도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또한 중국이 북한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을 6자회담이나 양자회담으로 끌어내며,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킬지도 문제 해결의 키포인트다.
이번 케리 국무장관의 방중에서 양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방법론으로 거론되는 압박을 통한 북한의 정권교체나 북한의 핵포기 유도 등에 대해서 양국이 논의를 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선포한 만큼 앞으로 현실적인 모종의 조치들이 이어져 나올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베이징 외교가 한 관계자는 "이미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한국에서 6자회담을 거론한데다, 현 시점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미·중 양국은 우선 6자회담에 북한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