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세금보고서… 투명함이 발전의 근간
2013-04-14 13:49
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소득 및 세금보고서를 공개했다. 보안을 위해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격인 소셜시큐리티(social security) 번호만 빼고 얼마를 벌어 얼마를 세금을 냈는지 센트(cent) 단위까지 국민은 확인할 수 있었다. 서류에는 신고자: 버락 후세인(H) 오바마, 공동 신고자: 미셸 오바마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그 밑에 피부양인 두 딸 말리아와 사샤의 인적 정보도 적혀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년 전 버서(birther)들이 자신의 출신 지역에 시비를 걸었을 때도 하와이주에서 발급한 출신 증명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 사실을 밝히고 해명하는 것이 도리다. 과거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대통령 권위를 내세우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최근 국회 소위에서 재벌 총수와 등기 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당연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명함은 모든 활동의 근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로 투명성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인이나 기업 오너, CEO 등 사회 리더들의 연봉은 당연히 공개 대상이다. 일해서 받는 돈은 너무나 떳떳한 것이고, 내가 남보다 더 많은 성과를 냈고 능력이 뛰어 나기 때문에 더 많은 연봉과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선의의 경쟁도 유발하게 된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 총수뿐만 아니라 주지사, 법관, 의원 등 선출·임명직 공무원 모두에 대해서 연봉을 공개한다. 심지어는 일반직종 사람을 채용할 때도 해당 자리가 연봉이 얼마인지를 공개한다. 최근 워싱턴 DC에 인접한 버지니아의 페어팩스카운티의 후임 교육감이 결정됐고 적어도 연봉이 24만달러(약 2억6000만원)라고 결정됐다. 당당한 경력에 공정한 선발이라면 후보자가 얼마를 받는지 유권자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관련 법 개정으로 한국 기업 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되기 직전이나 재벌 지배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상장 계열사 임원을 공식적으로 맡지 않아 연봉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란다. 반면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여러 계열 회사의 대표이사 및 상근이사 등을 맡고 있어 연봉이 적나라하게 공개될 예정이다.
기업 운영의 투명성과 리더 그룹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할 때 법적으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스스로 공개하는 모습도 찾아보고 싶다. 법은 강제하는 것이지만, 자발적인 것은 마음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보면 다소 차가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빠른 성장은 치열한 경쟁이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고 자칫 따뜻한 마음이 서로 전달되지 않는 사회란 말도 될 수 있다. 이럴 때 사회 속의 리더 역할이 중요하다. 선출직 정치인이나 기업 총수 등 한국 사회의 리더임을 자처하고 더 나아가 세계 속의 한국을 이끌어 가는 위치임을 감안할 때 자신의 연봉은 기본이고 직계 가족 소유 재산, 기업 및 사회관 등 철학, 국가관 등까지 모두 밝혔으면 한다.
요즘 세상 숨길 게 뭐가 있나. 숨겨도 결국 다 공개되는 게 요즘 세상이다. 근엄하거나 잘난 척해도 몇 마디만 들어보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다. 솔직함과 투명함이 근간이 되는 사회는 더 빠르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