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서울시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판매 품목을 제한하는 정책 추진을 사실상 '올스톱'시켰다.

서울시 최동윤 경제진흥실장은 8일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앞서 발표한 대형마트·SSM 판매조정 가능 품목은 관련 조례에서 정한 특정품목 판매 제한 권고 정책의 입안 과정상 연구용역 결과일 뿐"이라며 "이를 판매 제한 품목으로 확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달 8일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대형마트 등에서 팔지 못하거나 수량을 줄여 팔도록 권고할 수 있는 콩나물과 계란 등 품목 51종을 정했다.

당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4월께 이해관계자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열고, 국회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었다. 법적인 구속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발표 뒤 대형마트들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규제'라고 반발했다. 특히 대형마트 등에 신선식품을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는 등 반발 수위를 높였다.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자 문제의 근원지인 시가 '없던 일'로 하자며 아예 입장을 번복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특정품목 판매 제한은 서울 전 지역의 대형유통기업 등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며 "더욱이 매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불편을 초래할 소지가 없다"고 했다.

다만 당사자간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위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도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시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방관자'인 셈이다.

최 실장은 "기존의 용역 결과는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논의로 상생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