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두드리며> 정보통신 고위험 사회의 해킹 불감증

2013-03-25 16:00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와우 아파트 붕괴 사고부터 삼풍백화점, 성수대교로 이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건설 사고가 대표적으로 거론이 돼왔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감증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농약을 담았던 비닐로 음식을 포장해 팔다 사고가 난 때도 있었다.

건설과 먹거리 등 기초적인 분야 외에 이제 첨단기술에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고위험 사회가 돼가는 양상이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되고 데이터의 전파 속도도 급속도로 빨라졌다.

올아이피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모든 사물과 기기가 인터넷 주소를 가지면서 연결해 조정할 수 있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만큼 이들 기기를 마비시키면서 큰 해악을 줄 수 있는 악성코드의 전파속도도 빠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일부 방송과 금융사의 전산마비 사태도 회사의 백신 업데이트 서버에 악성코드가 침투해 직원들의 모든 컴퓨터를 감염시키면서 일어났다.

피해 규모가 3만2000대에 달한다.

만약 백신 회사의 중앙 업데이트 서버나 많이 이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 서버에 악성코드가 침투했다면 피해 규모를 상상하기 어렵다.

사이버 보안의 컨트롤타워인 국정원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나 인터넷진흥원의 침해대응센터, 정부통합전산센터 등이 평상 시 주요 홈페이지의 정상 가동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악성코드의 침해 등을 살피고 있지만 문제가 일어나는지를 지켜보는 것에만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악성코드 등의 침투와 실행을 막는 데 역량을 투입하는 비중을 더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평소 주요 네트워크의 취약한 부분이 없는지, 악성코드가 침투해 숨어 있지는 않은지를 보는 것에 초점을 이동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사이버 보안에 대한 예산과 인력을 크게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몇몇 기관에서 소수의 인원이 하기보다는 대대적인 대응 조직을 구성해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응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사이버 테러 대응군을 대거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정부의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사이버 안보 비서관 한 명 더 둔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다.